[르포] LG화학 vs 삼성SDI… 기술력 대결, ESS 악재 속 전시회 열려

삼성SDI·LG화학, 양대 배터리사 실력 뽐낸 전시 국감서도 이슈된 ESS 화재, ESS 업계 “함께 극복해야”

2019-10-17     서창완 기자
‘2019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웃을 일 없던 삼성SDI와 LG화학이 모처럼 건재함을 보였다. 17일 서울 코엑스. ‘2019 인터배터리’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나란히 붙은 두 회사 부스로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양대 배터리사답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았다. 전기차 배터리 등 4차 산업을 견인할 기술들이 화려함을 뽐냈다.

화려함 이면에는 민감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ESS 시스템 앞에 멈춰선 관람객들의 말끝에 ‘화재’라는 두 글자가 자주 올랐다. 정부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지난 6월 5개월의 조사를 끝낸 뒤에도 3차례나 불이 나면서 ESS 산업 자체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마침 이날 정부는 예산·평창·군위 3곳의 화재 진상 조사단 출범을 위한 1차 회의를 진행한다. (관련기사 : ‘국회 낀’ ESS 화재 2차 조사단, 사고 3건만 다뤄 ‘반쪽 우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내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양대 배터리사 외에도 다양한 ESS 관련 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 본격적으로 ESS 사업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LS산전, 효성중공업, 현대 일렉트릭 등이 총집합했다.

◆ESS 화재, 말아낀 양대 배터리사 …“최선 다해 노력중”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양사답게 부스 한복판에는 큼지막한 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삼성SDI는 랜드로버, LG화학은 볼보 차량을 전시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면모를 보였다.

삼성SDI가

삼성SDI 부스에서는 2021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전기 스쿠터용 배터리팩이 독특했다. 배터리에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해 공동 배터리를 쓰면서 사용요금만 지불하는 개념이다. 전기스쿠터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소비자들의 초기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주유소나 전기차 충전소 등에 해당 충전기를 설치해 손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공유를 통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급속 충전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SS 분야에서는 에너지, 미디엄, 파워 플랫폼이 전시됐다. 전력·상업용 배터리플랫폼으로 표준형과 더블딥으로 나눠 적용된다. 고밀도 시스템 설계기술 기반으로 고객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잘 꾸며진 부스와 달리 제품 카탈로그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 화재와 관련해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LG화학은 각 배터리 부품 실물을 현장에 직접 전시해 놓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ESS 장치 배터리 등 작은 부품 단위부터 제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ESS 전시에 상당한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ESS 배터리 구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셀, 모듈, 랙을 함께 전시해 놓은 장소에는 관람객들의 발이 끊이지 않았다. LG화학은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ESS의 전반적 특징부터 전력망용, 주택·상업용으로 나눠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26건의 ESS 화재 가운데 14건이 LG화학 배터리에서 일어난 만큼 ESS 전시장에서 ‘화재’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저희가 배터리사다 보니 랙 안에서만 문제를 들여다 봤는데, ESS 시스템이 연계됐을 때 원인에 대한 조사가 너무 적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며 “배터리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시스템 구조 안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함께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등에서 화재 원인의 표적이 된 양대 배터리사 외에도 ESS 업체들은 현재 산업 자체가 위기라는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ESS 화재를 단순히 배터리사의 위기로 치부하기보다는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인식이 엿보였다.

ESS 시스템에서 전력변환장치(PCS), EPC(설계·조달·시공) 등을 담당하는 LS산전 관계자는 “화재가 어느 한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 가장 약한 부분들이 모여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배터리사뿐 아니라 ESS 시스템 관련 기업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