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금융] 삼성생명, 베트남 바오비엣생명 지분인수에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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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금융] 삼성생명, 베트남 바오비엣생명 지분인수에 나선 이유는?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3.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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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베트남 1위 생명보험사 지분 인수에 나선것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비상장사인 바오비엣생명의 지분 20% 정도를 인수하는 투자안을 협의 중으로 이를 위해 삼성생명 담당 임원이 베트남으로 가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푸르덴셜생명, AIA 등 외국계 대형보험사를 포함해 18개 생보사들이 영업 중이다. 이중 삼성생명이 인수를 추진 중인 바오비엣생명은 1996년 설립된 베트남 유일 국영 생명보험사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 18.9%의 1위 기업이다. 

바오비엣생명은 국영 금융지주회사인 바오비엣홀딩스가 지분 100%를 가진 완전 자회사로, 바보비엣홀딩스는 현재 베트남 재무부가 지분 69%(베트남 투자 공사 지분 포함 72%)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지분은 일본의 금융회사인 스미토모생명이 17.5%,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이 1.4%를 소유하고 있다.

바오비엣홀딩스는 상장 회사로 현재 시가 총액이 3조원을 상회한다. 전체 자산(2018년 상반기 기준)은 100조5680억 동(한화 약 5조원)이며, 보험 부분 매출은 15조170억 동(약 7343억원)이다.

베트남 정부의 민영화 추진과 신남방정책

삼성생명은 지난 2008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고, 2015년에는 김창수 당시 사장이 바오비엣홀딩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지분 투자 의사를 나타내는 등 그동안 지속적으로 베트남 진출을 시도해왔다. 다만, 베트남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에 삼성생명이 지분인수에 나선 것은 재정여력이 부족한 베트남 정부가 국영 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도 믿을 곳은 베트남

베트남 생명보험시장은 최근 수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28.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에도 35%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 보험협회(IAV)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생명보험시장 총 매출은 115조9820억동(약 5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2.8% 늘었다. 이 가운데 수입보험료가 87조9600억동에 달해 전체 생보시장 매출의 75.8%를 차지했다. 투자이익도 28조220억동으로 2017년에 비해 29.4% 증가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베트남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2.0%, 2.4%에 불과한 수준이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한화생명의 선방과 경쟁사의 베트남 진출

한화생명은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해 현재 호치민과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 105개의 영업망을 구축해 영업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15년 277억원 적자를 끝으로, 진출 8년만에 2016년 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엔 1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준비금 추가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3분기 말 당기순이익 79억6400만원을 기록해 오랜 만에 흑자를 냈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생보사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공교롭게 은행권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같은 지역의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이 회자되기도 한다.

한화생명은 법인장을 포함한 주재원 3명 외에 모두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해 '현지화'하면서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또, 베트남의 생명보험 시장은 글로벌 보험사가 이끌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과 메뉴라이프가 국영 보험사인 바오비엣(Bao Viet)과 함께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빅3’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70% 이상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선전은 국내 보험사에도 기회가 열려 있음을 시사하지만, 국내 생명보험사의 활약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양상이다. 

그리고,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5월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시켰다. 베트남 현지 생명보험업계 10위 규모의 프레보아 베트남생명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프레보아생명은 수입보험료 성장률이 최근 4년 동안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대형 은행 중 하나인 NCB은행을 비롯해 7개 은행과 연계한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지법인이나 사무소의 형태로 진출한 다른 회사와는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현지 보험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며 현지 전문 인력과 영업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해 해외 진출에 따른 제반 비용과 현지화 적응 기간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태국, 중국법인의 부진...돌파구 필요

삼성생명은 성장 잠재력이 큰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시장포화로 성장에 한계를 느낀 현성철 사장은 투자 부담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중국과 태국 2곳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며 베이징,도쿄, 뉴욕, 런던, 하노이 등 5곳에 주재 사무소를 두고 있다.

태국·중국 법인인 타이삼성과 중은삼성은 진출한지 각각 20년·12년 만인 2017년에야 4억원·3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6년엔 각각 78억원, 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취임 1년이 되는 현 사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신사업과 해외사업에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태국,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모색해 왔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성장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완료하고, 잠재적인 인수·합병(M&A) 대상 발굴 등 국가별로 특화된 진출 전략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삼성생명 해외네트 7개국 12개 거점현황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6000여개가 넘는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보험사들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보험과 주재원,교포 등 교민 보험시장에 기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베트남의 생명보험 시장은 글로벌 보험사가 이끌고 있는 만큼 유일한 국영 보험사인 바오비엣의 경영권이나 지분을 현지금융 당국이 쉽사리 포기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또, 베트남 금융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속도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이 못따라가면서 대형 금융사고도 잇따라 터지고 있다.

근래 베트남에서 보험 판매 수수료를 악용한 일종의 '사기 행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보험사들이 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1년 이내 계약 해지시 수수료를 환급하는 등 안전장치 없이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또, 베트남의 한 보험 포럼에서 보험 모집인과 고객이 짜고 보험 판매 수수료를 나누어 먹는 사례도 보고돼고 있다. 당국에서는 이런 불법 행위를 단속, 처벌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법원과 검찰이 사건을 놓고 재조사 공방을 벌이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매뉴얼화 된 시스템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만큼 철저한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내부통제 장치가 현지 진출과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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