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기택시 4만대 도입? “어불성설”..."택시가 이용 가능한 충전소부터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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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기택시 4만대 도입? “어불성설”..."택시가 이용 가능한 충전소부터 늘려야"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3.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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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조금에 혹 했지만 부담만 가중"...아파트ㆍ마트 충전소 모두 '택시 진입금지'

서울시가 2025년까지 4만대의 전기택시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택시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현저히 부족해 실효성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1일 서울시 관계자는 “빠르면 오는 4월 사업자를 모집하고, 전기차량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전기택시 3000대가 추가 운영될 방침이다. 지난해 100대의 전기택시가 서울에 도입됐다. 

하지만 택시업계에선 '서울시의 전기택시 확대 계획은 뜬구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급 속도보다 충전소 구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공공충전기는 721기에 불과하다. 전기차 운전자 15.85명이 공공 충전기 1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11일 기준, 민간 충전기를 합쳐도 1147기(점검 중인 16기 제외)다. 이는 경기도(1744기), 제주도(1440기)보다 적은 수치다.

서울시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구입한 전기차까지 추산해 약 1만2000대가 충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147기엔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부분 개방형 충전소는 집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울시의 전기택시 도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당시 전기택시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 시승식 모습. 최근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 4만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법인택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들여온 전기차가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로 차고지에 방치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가 LPG 차량이 비해 연료 충전비용이 더 저렴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선호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짧은 운행거리와 부족한 충전소로 LPG 택시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개인택시의 경우에도 서울시가 전기택시 시범기간(2014년~2015년)에 도입한 차량을 운행하다, LPG 차량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서울시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짧은 전기차의 운행거리와 부족한 충전소 등의 문제로 운행의 불편함 겪었던 것이 큰 원인”이라며 “이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LPG로 다시 돌아왔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마트에 충전소 늘렸지만, 택시에겐 ‘허상’

서울시ㆍ한국환경공단ㆍ한국전력 등 국가기관은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마트와 아파트 등에 전기차 충전소를 지었다. 그러나 택시가 이용 가능한 곳은 현실적으로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런 충전소 대부분은 일반 전기차주에게 접근성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국가기관들의 전기차 충전소 확대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소는 당연히 열어주지 않았고, 심지어 마트에서도 막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지난해 서울시가 도입을 선정한 전기택시 기종은 ‘코나 일렉트릭’과 ‘SM3 Z.E’였다. 2400만원(국비 1200만원, 시비 1200만원)의 지원금을 줬다. 사진은 최근 강남역 인근에서 운행 중인 SM3 Z.E 기종의 전기택시.

이에 대해 서울시 전기차 충전소 담당자는 “아파트에 들어선 충전소는 대부분 한국전력에서 진행한 사업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설립 목적 자체가 부분 개방으로, 아파트 입주민만 사용하도록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마트에 설치된 충전소에 대해선 “대부분 공공충전소라 택시운영자가 이용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마트의 경우, 충전 시 주차비를 따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최소한 한 시간은 거기서 시간을 보내야 해야 하는데, 비용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마트 충전소 가면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에, 위치를 알아도 이용할 수 없는 허상 같은 것”고 토로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설치된 장소의 특성별로 전기차 충전소 현황을 따로 조사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많은 지원금을 투자해 전기택시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막상 도입된 전기택시가 차고지에 발이 묶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전기택시 기종은 ‘코나 일렉트릭’과 ‘SM3 Z.E’였다. 2400만원(국비 1200만원+시비 1200만원)의 지원금을 줬다. 일반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금액보다 900만원 정도 더 받은 셈이다. 일반인은 지난해 SM3 Z.E 구매 기준 국비 1017만원, 시비 500만원을 받았다.

지원금 덕분에 택시운영자는 SM3 Z.E를 1000만원, 코나는 180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시엔 지난해 도입된 코나 택시는 55대, SM3 Z.E는 45대가 운행 중이다.

이 중 법인택시는 60대, 개인택시 40대다. 법인에 배정된 60대는 다시 네 회사가 10대씩, 한 회사가 20대를 받았다.

‘애물단지’ 취급받는 전기택시...‘부족한 전기차 충전소’는 ‘부족한 전기차 주행거리’ 때문에 더 심각

법인택시조합과 개인택시조합에 따르면, 일일 택시 운행거리는 평균 210km~230km다. 일일 운행시간은 10시간~12시간 정도다. 일반 LPG 택시의 경우 시내 주행 기준으로 완충 시 400km~450km를 간다.

하지만 지난해 도입된 SM3 Z.E의 주행거리는 완충 기준 213km에 불과하다. 코나는 406km지만,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다.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겨울철에 히터 등을 틀면 이 거리도 반 토막 난다”면서 “코나조차 250km를 못 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기차 충전소의 접근성이라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따로 택시 회사가 충전소를 차리기엔 현실적인 제한이 많다.

50kW와 100kW의 급속 전기차 충전소 1개를 짓는데 각각 약 4000만원과 7000만원이 든다. 지난해 전기차를 배정받은 법인택시 회사도 이런 부담 때문에 2~3개소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구축해 운영 중인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급속충전기 7기와 완속충전기 3기가 설치돼 있다.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현재 충전소를 지으려면, 따로 신청해 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택시회사만 따로 신청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엔 약 260개의 택시회사가 있다”며 “차고지 내에 공용 충전기를 설치해 준다고 하면, 그것을 일반 시민에게도 오픈할 의향이 있다, 각 차고지에 충전소가 설치된다면 주민 편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전기차 충전소 담당자는 “전기택시는 LPG에 비해 많은 연료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택시 회사에서 충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지금도 택시회사가 공공충전소를 목적으로 한다면 1기당 1000만원 꼴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충전소를 전제로 택시 회사가 설치에 나선다면, 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모집과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란 택시? 주황 택시? ‘전기택시’ 인식도 부족

현재 운행 중인 전기택시의 색상은 파란색. 대부분의 주황색 택시와 다르다. 도입 대수도 적고, 도입 기간도 짧아 택시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손님에게 다가가 ‘빈차’를 켜도 택시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색상을 정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에 따르면, 현재 색상은 일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생산하지 않는 색상이다. 만약 이 색상이 고집 된다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SM3 Z.E를 구매한 택시 운영자에게 도색비로 1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올해는 3000대가 도입되니, 전기택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차량 색상의 경우엔 자체적으로 설문을 진행해, 색상 홍보가 부족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도입이 본격화되는 만큼 파랑 색상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며 “초기에 파란색은 홍보 차원에서 도입됐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올해 도입되는 전기택시는 원래 색상인 주황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시 제공>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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