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매크로 유저 논란… 알고 보니 할아버지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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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4, 매크로 유저 논란… 알고 보니 할아버지 유저!
  •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1.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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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게임제작사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하고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PC MMORPG ‘파이널판타지14(이하 파판14)’에서 누리꾼들을 놀라게 한 유저가 있어 화제다.

16일, 파판14의 커뮤니티에는 매크로로 의심되는 한 불량 유저를 신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Vianae’라는 유저가 잦은 실수와 기계적인 움직임, 파티 채팅을 전혀 하지 않는 다는 점을 예로 들어 신고 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다른 유저들의 목격담과 유사 상황을 겪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Vianae 유저가 매크로 사용자로 확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잠시 후, Vianae 유저에 관한 장문의 사과문이 올라왔고, 정체를 확인한 유저들은 크게 놀랐다.

Vianae 유저는 바로 할아버지 유저였던 것. 사과문을 작성한 Vianae 유저의 손자는 “평생 밭일만 하시던 할아버지가 건강상의 문제로 밭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무료해하던 할아버지를 위해 컴퓨터를 가르쳐드리고 게임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께서 파판 14에 관심을 보이셔서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도와드리면서 플레이 중이었다”며, “할아버지가 저나 친구들 없이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신 것도 글을 보고 처음 알았다. 파티에서 말이 없으셨던 점은 채팅창 전환 기능을 알려드리지 못해서 그렇다. 다시 한번 피해를 입으신 다른 유저 분들께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손자의 글로 미뤄볼 때 Vianae 유저의 나이는 학도병을 지원했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83세에서 많게는 90세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과문을 읽은 유저들은 “우리가 더 잘못했다”, “할아버지 앞으로 저희가 많이 가르쳐 드릴께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신고 글을 작성한 유저도 글을 삭제하고 Vianae 유저와 손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앞으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게임에 대해 열심히 가르쳐드리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2009년 한 파판14 유저가 정년퇴임한 아버지에게 파판14를 가르쳐준 뒤, 게임 내에서 정체를 숨기고 도와준 일을 블로그에 올려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이야기는 서적으로 출간되고, 2017년 ‘빛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할아버지 유저의 이야기를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에는 빛의 아버지가 아닌 빛의 할아버지가 있다”, “빛의 할아버지도 드라마화 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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