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금융시장, 길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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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금융시장, 길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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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에 국내금융회사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은행권의 구조조정 정체와 잇달은 부패스캔들, 금융권 부실채권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베트남의 현지 상업은행은 국영과 민영을 합쳐 35곳에 달한다. 그중 국영상업은행이 5곳이고 나머지가 민영상업은행이다. 이들 상업은행외에 약 50개가 넘는 외국계은행 지점과 법인들이 있고 그외 할부금융, 리스, 신용조합 등의 금융회사들이 있다. 

국영상업은행에는 대외무역은행(Vietcombank), 산업무역은행(Vietinbank), 투자개발은행(BIDV), 농업농촌개발은행(Agribank), 메콩델타주택은행(MHB)이 있다.  

상업은행들은 상위 4개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저축은행 수준의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영업을 하지 않고 법인만 살아남은 곳들도 많다.

베트남의 부실채권(NPL) 규모는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힘들다. 드러난 부실채권 규모는 5~6%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가대출 등으로 연명시켜 정상채권으로 분류해 놓은 곳들이 많아 부실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레민 흥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도 '금융기관과 외국은행 지점들이 부실채권(NPL)의 청산 속도를 더욱 높여줄 것'을 촉구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부실채권에 대해 이례적으로 베트남 중앙은행도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같은 부실의 원인으로는 베트남의 주요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고 있어 은행이 사금고화된데다, 은행간 상호출자, 감독기관인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상업은행을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구조 등이 꼽힌다. 베트남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또, 은행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뱅크런, 연쇄 부실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위험도 크다

공적자금 투자 여력이 없는 베트남 정부는 M&A(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을 장려, 특히 베트남 투자 1, 2위를 달리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베트남 중앙은행(SBV) 주도로 이뤄지는 '빅배스(Big Bath)'와 구조조정이 팜흥스트리트 금융가의 최대 화두였다. 베트남정부는 지난 2011년 은행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은행수를 15개로 줄이기로 했고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는 '제2의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상업은행 수는 여전히 35개에 달한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정책을 시작으로 1988년 금융개혁, 1990년 은행법 시행, 1991년 민간상업은행 설립, 1992년 외국계 지점 개설 허용 등을 거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민간은행을 중심으로 축적된 부실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베트남 현지은행들은 부동산 난개발과 은행들의 상호출자 구조, 임대업에 편중된 여신구조 등으로 인해 부실채권(NPL) 비율이 치솟고 있어 구조조정이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4년 자본금 2400만달러를 들여 베트남 자산관리공사(VAMC)를 설립했지만 시스템 미비와 자본력 부족으로 부실채권 해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인수매물의 부실규모가 산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영기업 소유의 4대은행(AgribankㆍBIDVㆍVietinbankㆍVietcombank)이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이를 제외하고는 난립한 민간은행들은 대부분 부실률이 높고 현지 리테일영업 기반도 약한 편이다

ACB, BIDV, 비에띤(Vietin)·새콤(Sacombank)·아그리(Agri)·테크콤(Techcom) 등 NPL 처리 촉진을 위한 시범지원은행으로 선정된 6개 상업은행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15년 베트남 중앙은행은 자본잠식에 빠진 베트남 건설은행(VNCB·2월), 오션뱅크(4월),GP은행(7월)을 차례로 전 주식을 0원에 강제 수용해 국유화하고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베트남 정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부패근절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금융권에서도 연이어 범죄행각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지분을 인수하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은행)은 거액의 부패범죄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호찌민시 고급 인민 법원은 판 공 단(전 VNCB 은행 이사회 회장)씨와 공범자 17명에 대한 항소 재판을 진행했는데 이들 단 전 행장과 공범들은 베트남 투자개발은행(BIDV)에서 자신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조7000억동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단 전 행장에게 불법 대출을 해준 BIDV 전 총재 트란 박 하 역시 구속됐다. 단 전 행장은 불법 대출 자금으로 건설은행 자본금을 늘리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 페트로베트남 그룹의 전 회장 응우옌 쑤언 썬(55세)은 자신이 행장으로 있던 오션 뱅크(Ocean Bank)에서의 부당 대출과 횡령 등의 혐의로 2017년 9월 사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와같은 이유들 때문에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들에 M&A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국계은행에 대한 추가 인가는 제한하는 대신 현지 민간은행을 인수해 부실도 정리하고 은행권 구조조정도 진행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도 베트남과 유사하게 외국계은행을 끌어들여 부실을 정리하고 은행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 은행의 경우 애초 외국인이 지분을 최대 30%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법 개정에 따라 부실 은행은 정부 승인을 받아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게 열어줬다.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외국계 은행들에게 "추가 인가는 제한하는 대신 현지 은행들을 인수를 유도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현재 국내금융회사들의 베트남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미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중에서 1위다. 호찌민과 하노이, 남부와 북부 공단을 중심으로 30여개의 지점을 운영중이다. 호주 ANZ은행의 소매부문을 인수하고 박항서 감독과 축구대표팀을 모델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가장 큰 외국계 은행으로 도약했다.

KEB하나은행은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7.65%를 인수키로 했다. 올해 2월중으로 인수에 대한 결정이 확정될 전망인데, 성공적인 인수가 마무리 되면 베트남에서 입지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베트남 우리은행 역시 최근 6800만 달러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기존 호찌민, 하노이 박닌 등에서 타이응엔, 하이퐁, 하남지역, 연짝, 빈증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노이사무소는 지난달 3일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지점 개설허가를 받아, 사무실 준비과정 등을 거쳐 내년 2월 하노이지점을 열 계획이다. 앞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7일 브엉 딘 훼 부총리를 만나 베트남에 1억1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현지 최대상업은행인 아그리뱅크(Agribank)도 2016~2020 민영화 계획에 포함돼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아그리뱅크는 최근 NH농협은행과 손을 잡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16일 호치민시에 제2호 현지 채널인 호치민 대표사무소도 개소했다

국내 보험업계,증권,여신금융회사들도 속속 현지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는 지난 달 25일 베트남 대형상업은행계열의 손해보험사 비엣티엔은행보험회사(VietinBank Insurance Joint Stock Corporation, 이하 VBI)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은 VBI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25%를 인수했다. KB손해보험은 바오민보험의 지분 17%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화재는 페트롤리멕스보험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지난해 3분기 7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 생명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했다. 프레보아생명 지분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현지영업을 개시한 지 10년만에 상위 8위권에 진입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중에서 단연 눈에 띈다. 지난 2016년 흑자전환한 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 16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월 베트남테크콤파이낸스를 인수하고, 영업개시준비를 거쳐 12월 롯데 파이낸스를 출범시켰다. 국내 카드사로는 최초로 베트남에서 소비자금융영업을 시작한다.

베트남 내에서는 은행권 부실 채권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은행권 부실 채권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신용카드 사용률 등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신용 대출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부채가 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은행권의 구조조정 정체와 끊이지 않는 부패스캔들, 금융권 부실채권 등 위험요인 들이 많은 시장인 만큼 국내금융회사들이 베트남 현지에 진출 시 적지 않은 주의가 요망된다"고 설명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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