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5G 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앞선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지만, 보안 이슈와 부정적인 국내 여론은 부담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국망 구축에 핵심적인 3.5GHz 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삼성전자보다 최소 6개월 가량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의 장비는 기술력만 높은 것이 아니라 가격도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경쟁 업체들에 비해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할 이통사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만 하다. 또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와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 등으로 향후 수익성 확보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국내 이통3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난해 초 화웨이의 고문총괄(Chief advisor)로 자리를 옮긴 이상철 고문이다. 이 고문은 KTF의 대표이사를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후 2009년부터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합병법인 CEO로 선임돼 2016년 2월 말까지 LG유플러스 부회장 직을 이끌었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LTE 전도사'로도 통한다.
이 고문이 화웨이로 갈 당시 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대표 이통사 수장직을 맡았고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하신 분이 중국 정부 산하격인 회사로 간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고문은 LG유플러스를 이끌던 지난 2013년, LTE 전국망을 구축하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화웨이가 자사에 우호적인 국내 정보통신업계 거물을 5G 시대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영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고문은 중국산 장비 도입에 따른 보안 이슈가 불거지자 "화웨이는 해외에서도 검증된 업체"라며 "왜 유독 한국에서만 지적을 받는지 모르겠다. 보안에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미군부대 주변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못했다.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화웨이에게도 5G 조기 사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세계최초 5G 상용화가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IHS마켓에 따르면 작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에릭슨이 27%로 2위, 노키아가 23%로 3위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1위 기업은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와 끝까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LTE 장비와 5G 장비간 호환성이 높다는 것이 삼성전자가 가진 최대 강점이다.
다만 오는 9월로 예상되는 상용망 구축시까지 장비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웨이의 경우 이미 100MHz 폭 이상을 지원하는 장비의 상용화가 가능하다.
국내 5G 주파수 경매 3.5GHz 대역에서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MHz, LG유플러스가 80Mhz를 가져가며 5G 장비의 100MHz 폭 지원은 필수 사양이 됐다.
한편, 국내 이통3사 중 화웨이 장비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LG유플러스다. LTE망 구축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고, 기자들을 상대로 한 5G 시연 행사 등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삼성전자, 노키아 등의 장비를 사용중인 SK텔레콤도 고민에 빠졌다. 중국은 SK하이닉스 반도체의 큰 고객이기도 하고,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며 중국 당국의 반독점 승인을 받을때 중국 정부가 자사 장비 도입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MWC 2018 상하이'에 황창규 회장이 직접 방문한 KT도 화웨이를 두고 고민중이다. 황 회장은 현지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