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해소를 위한 합작사 '해피파트너즈'의 제빵기사 처우개선 정책과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7530원 시대를 앞둔 대기업의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화답하는 성격이라고 양사는 설명하고 있지만, '휴식이 있는 삶',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등을 표방하며 결국 '인건비 동결' 혹은 노동자들의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분배를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고,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동조건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정부 정책에 대기업들, 특히 최저임금 수준의 종사자가 많은 유통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는 대책들이 최저임금 상승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사실상 '꼼수'이며, 고용 창출 효과도 없다시피 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해피파트너즈'라는 합자회사를 통해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허위 고용전환 약정서 등의 논란이 주로 다뤄지고 있지만, 사측이 제빵기사들의 처우개선책 중 하나로 내건 임금 13.1% 인상은 최저임금 상승률 16.4%에도 못미친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이마트 등 전 계열사의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임금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월 임금기준으로 환산하면 신세계-이마트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효과는 거의 없으며,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리바게뜨의 합작사 임금인상 13.1%...최저임금 인상율 16.4%에 못미쳐
파리바게뜨 측은 고융부가 제빵기사 5309명을 직고용 하라는 시정지시에 대한 대안으로 본사-협력사-가맹점이 합자한 합작회사 '해피파트너즈'를 설립을 내놨다. 문제가 됐던 본사의 제빵기가 직접 관리를 해소하고 제빵기사 직원들의 처우도 대폭 개선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리바게뜨는 합작회사를 설명하며 13.1%의 두 자릿수 임금인상을 특히 강조했다.
사측은 "기존 근속과 퇴직금이 그대로 승계되며 급여가 13.1% 인생되고 각종 복리후생이 상향조정된다. 11개 협력업체 인원과 조직을 통합하면서 휴무 대체 인력 충원이 수월해져 최대 월 8일까지 휴무일이 보장되며 관리자급 직원 수요 증가에 따라 승진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봉 급여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분에 따라 저절로 인상되는 것이며, 사측이 주장하는 상여금 인상분 비중도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화섬노조 임영국 사무총장의 설명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들은 그간 700%의 상여금을 받았고, 최근 불경기 탓에 내년부터는 500%로 조정됐다. 해피파트너즈로 가면 현재 100%인 제빵기사들의 상여금은 200%로 인상된다. 노동시간이나 휴무일 등도 실상은 현재 조건에서 변한것이 없다. 결국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고용이 훨씬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실제로 제빵기사의 '직고용 포기 각서'를 받기 위해 상생기업 설립 설명회를 개최한 협력사 관계자가 제빵기사들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급여와 상여금 인상은 약속하면서도 복지 등 다른 것은 큰 변화가 없을것이라고 설명하는 녹음본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본사가 해피파트너즈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본사의 해피파트너즈 운영 자체가 불법도급이다"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신세계의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결국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전계열사의 근로시간을 35시간 근무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 계열사와 매장의 임직원들은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게 된다. 각 사업장의 업무 특성에 따라 8시 출근 4시 퇴근, 10시 출근 6시 퇴근 등 유연 근무제도 적용한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밤 12시까지의 영업시간을 11시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해당 안을 발표하며 "장시간 근무, 과로사회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근로문화를 획기적으로 혁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정치권에서도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안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입법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신세계처럼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자율적 시행 방침을 밝혀 논의 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마트 노동자들은 근로자의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시선으로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을 바라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주당 40시간 근무한 최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은 25만8800원인데 반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근무시간이 35시간으로 줄어들면 26만3550원을 받게 된다. 일주일 기준으로 올해와 475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내년에도 40시간을 근무한다면 30만1200원을 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면 주 40시간 근로자는 월209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마트 노동자는 183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동강도도 더욱 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 시간은 줄어들지만 추가 고용은 없기 때문이다.
마트의 경우 공장과 달리 근로시간이 줄어도 업무 총량은 변함이 없다. 밤 11시에서 12시 구간은 매장에 손님이 많지 않고 매출도 크지 않은 시간이다. 매출도 적고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운영된다. 이에 영업시간 단축이 야간수당 등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숙 마트노조 롯데지부 사무국장은 "롯데마트 9500여명의 중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하루 7시간을 일하고 있다"면서 "7시간 근무를 하면 교대조 동시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고객이 붐비는 주요 업무시간 인력이 부족해지고 중간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의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은 현실과 다른 동화속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 노동자들은 오히려 8시간 근무를 주장하고 있다. 7시간 근무로 노동 강도가 높고, 기본급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상여금과 퇴직금도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