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50탄소중립 시대'...에너지업계 "소형 원전 확대하고,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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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2050탄소중립 시대'...에너지업계 "소형 원전 확대하고,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 해소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5.11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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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원전, 지속가능한 에너지 가능성 열려...탈원전보다 탄소중립에 초점 맞춰야
- 한전, 송배전망 독점...1단계에서 멈춘 민영화
- 화력발전 대안없이 탄소중립 어려워...신재생 에너지 개발 막고 있는 전력거래소
미국 워싱턴 D.C.에서 29일(현지시각) 열린 두산중공업과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두산중공업 나기용 원자력BG장(오른쪽)과 존 홉킨스(John L. Hopkins) 뉴스케일파워 CEO가 MOU 체결 후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두산중공업>
지난 2019년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두산중공업과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두산중공업 나기용 원자력BG장(오른쪽)과 존 홉킨스(John L. Hopkins) 뉴스케일파워 CEO가 MOU 체결 후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문재인정부가 선언한 탈원전과 '2050탄소중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전세계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탄소중립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까지 탄소중립 대열에 가세하면서 이는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국제적 대세가 됐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도 소형모듈원전(SMR)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요 전력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날씨 변화에 따른 전력생산 변동성이 해결돼야 한다. 이를 보완할 보조 발전원으로 SMR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민간 발전사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전력산업을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독점하고 있어 문제라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등 환경단체들은 전력시장 강제주의가 위헌적 소지가 있는데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왜곡시킬 위험을 지적했다. 

 

▲향후 원전은 SMR이 대세...크기 작고 건설비용 적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향후 SMR 시장의 전망이 밝다"며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300메가와트(㎿)급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제 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기존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정도로 작다. 그만큼 입지를 찾고 설치하기가 쉽고 건설비용도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당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최근에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폐연료봉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원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을 ‘재생 가능한 친환경 발전소’로 업그레이드하는 첨단 신기술이다.

또한, 통상 대형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반경 16㎞로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만, SMR은 반경 230m로도 충분하다. 사고 발생률도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 이런 이유로 향후 선진국 노후 원전 대체는 물론,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에도 SMR이 유용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약 1000기의 SMR이 건설되고, 시장 규모는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우리나라에선 SMR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척되지 못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는 ‘혁신형 SMR’ 개발이 정부 차원에서 첫 공식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SMR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 보조 발전으로 적합해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평가”라며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에도 SMR는 예외”라고 전했다.

지난달 14일엔 국회와 정부, 원자력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출범하면서 SMR 개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의 공동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맡았는데, 여야 모두 SMR 개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 뉴스케일에 4400만 달러 투자... SMR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에 4400만 달러(약 500억원)를 투자하는 등 SMR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세계 최초로 SMR 설계인증 심사를 통과한 업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케일이 설계하고 두산이 제작하는 SMR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개발하는 SMR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뉴스케일을 통해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소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 국내 모든 원전 사업을 독점했던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SMR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두산중공업]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두산중공업]

▲태양광은 이격거리 규제로, 해상풍력은 송전비용으로 한계...한전 민영화는 1단계에서 멈춰, 

현재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SMR등과 결합해 날씨에 따른 발전량 변동성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시장 강제주의에 따른 한전의 전력거래 독점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 기후솔루션 등 관련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이날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활성화되려면,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할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태양광은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를 풀고, 해상풍력은 송·배전망 효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제대로 된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관성있게 전력산업 개편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전기사업자가 강제전력시장 외에서 전력을 거래하는 경우 3년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같은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는 독소조항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최근에는 조금씩 예외조항이 생기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며 "한전이 송배전망을 독점한 상황도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한전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발전과 판매 등으로 분리할 당시에는 전력시장 개편을 조기정착하자는 이유로 한시적인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만들었다. 당시 4단계까지 전력시장 개편 계획을 마련했지만, 실제로는 1단계에서 멈춘 채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이 (강제주의) 구조에서 사활적 이해관계가 고착됐기 때문에 이제는 민영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전기사업자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질적으로 태양광 발전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 정부가 전라남도 신안군에 향후 48조원을 투입해 해상풍력발전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전력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기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배전 문제는 간단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은 미국 주재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석탄투자 지원 중단과 함께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할 것"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탈탄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미 탄소국경세를 시행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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