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명품브랜드 보복소비 속 '오픈런' 업자들 기승...사재기 후 웃돈 붙여 되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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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명품브랜드 보복소비 속 '오픈런' 업자들 기승...사재기 후 웃돈 붙여 되팔아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3.1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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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풀리면서 오프라인 명품 매장 활기
명품 제품 사재기하는 '오픈런'업자들 기승

"서른 세 명이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의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려던 김모씨(47)는 2시간반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매장 직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렸다.

김모씨는 "신상품이 뭐가 나왔는지 궁금해서 매장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너무 줄이 길어서 오늘은 못 볼 것 같다"며 "오랜만에 백화점을 나왔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이런(에르메스 같은)명품샵은 입장도 어려운거 보면 코로나 맞나 싶은 정도"라고 말했다.

그사이 또다른 고객이 와서 에르메스 매장에 입장하려 하자 조금 전 그 직원이 가로막는다. 고객이"저 혼자 왔는데, 안에 한바퀴만 돌아보면 안될까요?"라고 묻자 직원은"죄송하지만, 다른분들도 순서대로 입장하고 계십니다. 지금 앞에 서른 세 분 대기중이신데 웨이팅(대기)하시겠어요?"라며 철저히 입장을 제한했다.

매장 입구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에르메스는 전자 번호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후 2시까지 방문한 방문자 수는 102명이었다. 

루이비통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매니저가 응대를 하기까지 적어도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1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오랜 기간 해외여행을 나가지 못하게 되자 면세 혜택을 포기하더라도 국내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보복소비' 심리가 나타나면서 지역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명품 구매를 위해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이른바 '원정 쇼핑'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광주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9년 대비 2020년에 명품 매출액이 25% 상승했고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10.5%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명품 매장에서는 돈이 있더라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2020년 광주신세계百 명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롯데百 광주점은 동기간 10.5% 늘었다. [자료=각사, 그래픽=정은지 기자]
2020년 광주신세계百 명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상승했고 롯데百 광주점은 동기간 10.5% 늘었다. [자료=각사, 그래픽=정은지 기자]

국내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올해부터 롯데백화점은 연 구매액 1억 원이상의 최상위 등급인 애비뉴엘 등급을 신설해 운영중이다.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는 최상위 고객을 위한 등급을 새로 신설한 것이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업자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해 온라인 등에서 웃돈을 받고 파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업자로 알려진 이들은 소비자로 가장해 매장에서 구매가치가 있는 한정판 등을 모두 구매, 온라인 등 자신만의 판매채널을 통해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지어는 업자들이 백화점 매장 오픈 전에 줄을 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아르바이트까지 구해 제품을 많이 확보하는 등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가 완료된 제품, 특히 상품가치가 있는 한정판이 완판된 경우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삼성동 고야드 브랜드의 서모 직원(32)은 "동일 제품의 경우 1일 2개까지 구매 가능하며, 본사 승인을 받는다면 3개까지도 가능하다"며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제한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샤넬 관계자는 "일부 패션 제품에 한해 구매 수량 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부티크 입장 전 ‘큐 매니지먼트 시스템’(대기 시스템)에 구매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구매 시 이 등록 정보를 재확인한다. 신용카드 결제 시에는 카드 명의가 해당 등록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며, 후면에 기재된 서명과 실제 서명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오픈런의 경우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백화점이 따로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는 없다"며 "백화점이 브랜드에 판매 매뉴얼을 따로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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