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코로나-교육] 디지털 불균형→교육 불균형→경제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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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코로나-교육] 디지털 불균형→교육 불균형→경제 불균형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2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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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수법과 기술 도입해 ‘1인치’ 극복해야”
KAIST가 24일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을 위한 온라인 국제포럼’에서 기조 연사들과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영 KAIST 교수, 이태억 KAIST 교수, 김재원 엘리스 대표, 박경렬 KAIST 교수(왼쪽부터).[사진=카이스트]
KAIST가 24일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을 위한 온라인 국제포럼’에서 기조 연사들과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영 KAIST 교수, 이태억 KAIST 교수, 김재원 엘리스 대표, 박경렬 KAIST 교수(왼쪽부터).[사진=카이스트]

“(코로나19로) 192개국 16억 명의 학생들, 즉 전 세계 학생 인구의 약 91%가 지난 4개월 동안 학습권이 침해됐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도 있는데 많은 학생은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 디지털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 젊은이의 29%, 약 3억4600만 명이 온라인 환경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24일 카이스트(KAIST)에서 진행된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육을 위한 글로벌 포럼’에서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신 총장은 “디지털 환경의 높은 장벽은 생각 보다 매우 복잡하며 훨씬 광범위하다”며 “디지털 불균형은 교육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결국 회복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교육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고 어떤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지 국제 전문가들 의견이 제시됐다.

제프 마지온칼다(Jeff Maggioncalda), 코세라(Coursera) 최고경영자는 미래 교육에 대한 여섯 가지 의제를 내놓았다. 우선 온·오프라인이 혼합된 강의실을 들었다. 둘째, 온라인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학비 부담은 증가하는데 만족도는 떨어지는 ‘교육 비용에 대한 압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순수학문보다는 직업 연계 교육이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섯째, 직장 업무 중의 평생학습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섯째,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교육의 모듈화와 유연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탄엥체(Tan Eng Chye), 싱가포르국립대 총장은 “학생들은 디지털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교수들 또한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싱가포르국립대는 불확실성이 높고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학생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 베크라드니아(Bahram Bekhradnia)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채팅을 할 수 있는데도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고 양적 수업에만 머물러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젊은 학생들은 대면 교육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코로나19로 원격교육 확대는 고등교육 분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전통적 교실 수업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수업이 수십, 수억 명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온라인 수업 이수율이 낮은 것도 눈여겨볼 점이라고 말했다.

폴 킴(Paul Kim)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최고 기술 책임자(CTO)와 부학장은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교수법 고안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폴 킴 부학장은 “27개 대학 학생들의 자원을 받아 머신 러닝에 기반한 교수법을 준비하고 학생들의 선호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며 “ 많은 학생이 과정과 콘텐츠에 대해서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태억(Tae Eog Lee)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강의식 교육’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 교수는 “대중학습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대중교육을 재발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강의식 교육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선진화된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학생들이 미리 강의자료를 통해 학습하고 온 뒤,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고, 팀워크를 하고, 과제를 수행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카이스트(KAIST)의 경우 전체 강의의 9% 정도의 수업을 새로운 학습 방법으로 대체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전통적 방식의 교육보다 훌륭하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온라인 학습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온라인 학습의 의미와 온라인 학습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고정관념과 강력한 저항 때문에 교육의 디지털 혁신은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원 엘리스(Elice) 대표는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많은 교육기관이 프로그래밍 실험실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교육자가 대규모 학습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효율적으로 개개인에게 피드백을 주기 어렵고, 또한 많은 학생이 수업을 마지막까지 완수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토론회

김소영 사회자(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 센터장): “교육은 신기술과 함께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의학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규제와 보호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여러 해 전부터 대학의 몰락을 예측하는 견해가 있었다. 대학은 사라지지 않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른 성격의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물리적 캠퍼스가 필요한지,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진행할지, 학생이 등록금을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내놓고 있다.”

폴 킴(Paul Kim): “대학의 존폐에 대해 말씀드리면 전체 대학의 도태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대학 모델이 진화하는 양상에 대해 활발히 논의 중이다. 예를 들어 연구 중심의 대학들은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보이는 동시에 이러한 현장에 어떻게 온라인 기술을 도입할지 고민해야 한다. 학생의 평가 기준은 자유롭고 융통성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태억 교수: “교육계는 코로나 사태가 변화의 시기를 만들었고, 또 교육계가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계는 몇 가지 인식에 도전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강의는 학습을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온라인 학습은 인터넷을 통한 강의라는 인식, 마지막으로 온라인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은 가장 좋은 수업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이 부수적 지원 방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앤서니 살시토(Anthony Salcito,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부문 부사장): “많은 대학이 붕괴할 수도 있는 점에 동의하고 또 이미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학은 교육을 향한 거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곳이었는데 이젠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의 기술도 온라인으로 교육할 수 있다. 캠퍼스는 앞으로 온·오프라인이 혼합된 방식으로 제공되는 교육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벤 넬슨(Ben Nelson,미네르바 스쿨 CEO): 만약 100명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그들 모두가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했는데 5명만 의사가 되고 나머지 95명은 의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 교육의 목적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고등교육제도는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았다면 95명을 교육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들이는 수고가 헛될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다시 예시로 들어 실리콘 밸리에서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 주요 IT기업의 경영진은 학위 등에 기반한 인사 선발에 대해 중립적 견해를 보이며 학위가 더 나은 임금이나 환경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확인할 수 있었다.”

김소영: “봉준호 감독은 1인치(inch)의 장벽을 극복하면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교육계의 1인치란 새로운 기술과 교수법을 도입하는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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