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안에서는 그린(Green), 밖에서는 레드(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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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안에서는 그린(Green), 밖에서는 레드(Red)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6.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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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나라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사진=Market Forces]
국제환경단체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나라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사진=Market Forces]

“이제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하고 있다. 수조 달러 규모의 좌초자산이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이 천연가스·석유·원자력·석탄보다 싸기 때문이다. 시장이 변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다.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많다. 반면 한국전력은 매우 뒤처져 있다.”

제레미 리프킨 경제학자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리프킨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그린뉴딜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대담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에 요청한다. 인프라 혁명을 주도해 달라. 40년 정도 걸리는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 첫 20년 안에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해외 석학들이 코로나19(COVID-19) 이후 펼쳐질 경제체제에 대해 우리나라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7월에 구체화할 세 가지 뉴딜(디지털+그린+휴먼) 정책에 눈길이 쏠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외에서 우리나라가 그린뉴딜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레드(Red)’와 낡은 시스템(Old Deal)에 묶여 있는 ‘레드 올드딜’ 모습이 적지 않다. 급기야 오늘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에 부끄러운 광고가 실리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게 한국의 그린뉴딜 아이디어입니까?(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a Green New Deal?”

국제환경단체가 미국 신문에 실은 광고 문구이다. 높은 굴뚝에서 시커먼 석탄 연기가 끝없이 뿜어져 나온다. 그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는 광고이다. 국제환경단체는 한국이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해외 여러 나라에 석탄 관련 투자를 하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 한국전력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안에서는 ‘그린뉴딜’을 한답시고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밖에서는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호주 마켓포시즈(Market Forces), 인도네시아 왈히(WALHI),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은 광고를 게재면서 “한국이 그린뉴딜을 한다더니 해외 석탄발전소에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우리나라 태도를 지적했다.

지난 3월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지속해 문제를 제기해온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 직접 서한을 보내 “석탄발전에 대한 한국의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은 이 사업에 2조5000억 원을 대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석탄 사업에 공적 기금을 투자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는 비판 대상이다. 미국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이 펴낸 올해 보고서를 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외 석탄 사업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우리나라의 공적 금융기관들은 2016~2018년 기간 동안 연평균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해외 석탄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그린뉴딜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에 대한 정책도 일관돼야 한다. ‘국내용 따로, 해외용 따로’ 정책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은 물론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다. 탄소 문명 종말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의 해외 석탄사업은 이익보다는 손해, 여기에 더해 국가적 망신까지 자초할 수 있다.

이미 국제환경단체들은 우리나라를 두고 ‘기후악당’이란 별칭으로 부른다. 문재인정부가 그린뉴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석탄사업 투자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그린뉴딜’과 ‘레드올드딜’이 공존하는 이상 3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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