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트링 vs 승리호...네이버·카카오 'IP 전쟁', 한국형 마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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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트링 vs 승리호...네이버·카카오 'IP 전쟁', 한국형 마블 꿈꾼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5.29 0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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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만들어진 콘텐츠 '웝툰'...네이버· 카카오'IP 사업' 급성장
- 웝소설·웹툰, 영상 사업 활발...영화화 계획 다수
- 콘텐츠 공급사 넘어 제작사로...탄탄한 세계관 구축

# 아이언맨의 손에서 나온 광선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튕겨 적에게 향한다.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이 만든 안경을 쓰고,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망치를 든다. 마블이 만든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자 세계가 열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형 마블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공급사’를 넘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사’로 변모하고 있는 것.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이나 웹소설을 독자에게 제공하던 단순 플랫폼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추세다.

특히,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Marvel Cinematic Universe)’처럼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작품과 작품이 하나로 묶이고,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새로운 공간에서 또다시 이어진다. 양사 모두 최근 대형 프로젝트 내놓으며,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독자의 마음을 사겠단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슈퍼스트링'은 와이랩이 제작하고 네이버가 유통하는 콘텐츠다. 2016년부터 네이버에 연재돼 12개의 작품이 나왔다. 사진은 웹툰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습. [슈퍼스트링 홈페이지 캡쳐]
'슈퍼스트링'은 와이랩이 제작하고 네이버가 유통하는 콘텐츠다. 2016년부터 네이버에 연재돼 12개의 작품이 나왔다. 사진은 웹툰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습. [슈퍼스트링 홈페이지 캡쳐]

네이버는 와이랩과 2016년부터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와이랩에서 기획·개발·제작한 만화 콘텐츠를 네이버가 이듬해부터 유통시키며 현재 많은 국내외 팬들을 보유했다. 지금까지 12개의 작품이 이 세계관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이 중 일부 작품은 실사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와이랩 지분을 취득하며,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도 최근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새로운 ‘IP 비즈니스’를 위해 손잡았다. 한국 최초의 SF ‘승리호’의 IP를 다양한 스토리 포맷으로 확장 시키는 골자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블 시리즈처럼 완고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며 IP의 라이프 사이클을 확장 시키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3년 전 메리크리스마스가 개발 중인 ‘승리호’의 작품성과 잠재력을 높이 사, 영화 제작에 투자를 결정했다"며 "‘승리호 IP 유니버스(IP Universe)’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젝트를 도모하게 됐다"고 전했다.

양사가 ‘승리호’ 세계관을 공유하며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을 제작하여 같은 시기에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후 다양한 스토리 포맷을 통해 ‘승리호’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확장 시켜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기존의 ‘IP 비즈니스’가 웹툰(웹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2차 창작물’로 국한되었다"며 "카카오페이지가 추구하는 ‘IP 비즈니스’는 자사의 IP는 물론, 직접 개발하지 않은 IP라도 세계관이 탄탄하고 확장성이 있는 IP라면 기꺼이 투자하여 ‘IP 유니버스(IP Universe)’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오른쪽)이  ‘승리호’ 세계관을 공유하기 위해 손 잡았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오른쪽)이  ‘승리호’ 세계관을 공유하기 위해 손 잡았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 같은 방향으로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잘 짜인 자체 지식재산권(IP)의 막강한 경쟁력 때문이다.

마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년간 역대 영화 흥행수입 1위 지키던 아바타를 무너뜨린 건 마블이 11년간 탄탄한 구축한 세계관 덕분이다. 지난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7억9780만 달러(약 3조4500억원)의 글로벌 흥행수입을 거둬들였다. 그해 전 세계 최고흥행수입을 기록한 것은 물론, 역대흥행수입 1위에 올랐다.

마블이 이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십수년간 만화를 통해 구축해온 자체 지식재산권(IP) 덕분이다. MCU는 만화로 구축된 세계관을 영상으로 착실히 옮겼고,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어벤져스: 엔드게임' 흥행은 만화로 구축한 탄탄한 세계관 위에서 11년간 22개의 영화를 제작한 MCU 전략의 성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컷)
[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컷]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콘텐츠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생성된 IP를 활용해 마블과 같은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겠단 전략이다.

네이버는 웹툰 플랫폼 '네이버 웹툰'을 운영 중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도 웹툰 플랫폼 '다음 웹툰',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콘텐츠 사업에 힘쓰고 있다. 일본에서 '픽코마'를 통해 디지털 만화 및 웹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웹툰은 한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다. 세계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며 ‘K-콘텐츠’의 한 분야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카카오페이지는 2013년 서비스 출시 이후 매출은 지속해서 우상향했다. 현재 누적 매출액 1억 원을 넘어선 작품은 1400여 개에 달한다. ‘닥터 최태수’, ‘템빨’ 등의 작품은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 웹툰,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등의 유료 콘텐츠 매출은 지난해 29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났다.

네이버웹툰의 성장도 꾸준하다.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매출은 16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웹툰의 영업적자는 2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7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장가도를 달렸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활성사용자수(MAU)가 북미 1000만명, 글로벌 6000만명을 돌파했다. 북미 이용자의 75%는 24세 이하로 나타나 그 성장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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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웹툰 북미 사용자 증가 추이.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웹툰을 필두로 한 K-콘텐츠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네이버는 28일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라인주식회사 보유의 라인디지털프론티어(LINE Digital Frontier)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라인주식회사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웹툰이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방안”이라며 “올 하반기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를 웹툰 본사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변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상황 안에, 웹툰의 글로벌 성장을 위한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네이버웹툰은 보다 빠르게 미국을 거점 지역으로 안착시키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IP 비즈니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과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양질의 웹툰을 원활히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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