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존버 중인 6년 전 그 게임사...장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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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존버 중인 6년 전 그 게임사...장수(?) 비결은?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5.1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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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게임업계는 태풍이 불었다. 레드오션이 된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폐업을 했다. 게임을 출시하며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 썼던 게임사 대표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게임에도 수명이라는 것이 있듯이, 게임 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식당을 차리든, 회사를 차리든 3년이 고비라고 한다. 반대로 3년의 두 배인 6년을 버틴 회사라면 분명 자리를 잡은 회사고, 금방 망하지 않을, 믿을 만 한 회사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어떤 회사들이 있을까? 아마 5-6군데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사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게임사가 버텨주고 있었다. 그 회사들은 어떻게 6년간의 모진 풍파를 견뎠을지 살펴봤다. 

◇ 살아남은 것만으로 880분의 1

게임사를 설립하고 아직 살아 있다면 880분의 1이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 수는 880곳이다. 2009년에는 5천개나 되던 게임사가 1년 만에 1/5로 줄었고, 이후 약 900곳을 유지중이다. 

한콘진이 작년 방문 면접조사에서 실제 확인했을 당시 2011-2015년에 창립했다고 응답한 업체가 51.4%로, 가장 많았다. 조사에 응한 450개의 게임사 중 PC게임이 95, 모바일게임이 314, 콘솔게임이 9, 아케이드게임이 33곳이었다. 

이 중 32.8%가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고, 자본금 10억 원 미만이 82.3%로 가장 많았다. 대표자 연령은 40대가 58.5%로 가장 많았으며, 사업장 소재지는 서울 경기가 90%를 넘었다. 기업 형태 부분에서는 회사법인이 88%로 가장 많았다. 

출처=게임백서2019
출처=게임백서2019

◇ 2014년 설립 게임사 27곳, 평균 직원 41명

한콘진 조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500여 개의 게임사를 조사했다. 그중 27개의 기업이 2014년 설립한 기업이었다. 이들이 레드오션인 게임시장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견딘 기업이다. 액트파이브와 하운드13, 달콤소프트, 가이아모바일코리아와 같이 꽤 이름을 알린 기업도 많았지만 코구, 닐, 잼팟, 디엠케팩토리 등 생소한 기업도 많다. 특히 잼팟은 넷마블 자회사로 넷마블고스톱 등 유명 게임을 출시했음에도 기업명은 익숙지 않은 이름이다. 잼팟은 매출 규모가 커서 조사 기업 중 유일하게 공시를 한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 여부는 매출이나 자본금으로 따지기도 하지만 사원수도 상당히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평균 연봉이 4천이고, 직원이 50명이면 1년에 20억이면 먹고 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약 40억 정도의 매출이 필요하다. 

27개 기업의 평균 사원수는 41명에 달했다. 6주년을 맞이한 게임사의 평균 사원수가 이 정도면 이들 기업은 대략 4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6년의 세월을 견딘 게임사의 볼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특색이 있어야 산다. 6주년 게임사, 어떻게 살았나?

기업별로 차이도 있다. 넷마블 자회사인 잼팟처럼 넷마블고스톱으로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곳도 있지만 스피드닷컴처럼 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곳도 있으며, 심지어 곤군게임즈처럼 직원 1인 회사에 1억의 매출을 올린 곳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가 가장 가성비가 좋았을까? 직원 1인당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곳은 잼팟이었다. 150명이 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1인당 4억 원을 번 셈이다. 넷마블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스톱 게임을 서비스 중이니, 이 정도 매출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1인당 4억 원이라는 높은 수익성은 인정해 줄 만하다. 

한 우물만 판 달콤소프트
한 우물만 판 달콤소프트

두 번째는 달콤소프트다. 슈퍼스타BTS와 같이 연예기획사와 IP계약을 맺고 관련 게임을 출시하는 곳인데 1인당 2.8억 원을 벌고 있다. 처음에는 SM과 계약을 해거 게임을 냈지만 점차 JYP, BTS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지만 '연예인 게임‘이라는 기본 코드는 유지되고 있다. 

액트파이브는 열혈강호M 하나로 버텼다. 던전앤파이터 개발진이 넥슨의 브랜드를 빌려 액션성을 강조하며 호기롭게 론칭했으니 지금은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앱스토어와 원스토어에서만 순위권에 들어 있다. 하지만 룽투로부터 44억이라는 차기작 개발을 위한 실탄도 지급받으면서 생명연장에 들어갔다. 

◇ 외주로 버틴 세월, 스스로를 절제했던 이유는?

다음으로 1인당 매출이 높은 곳은 로켓펀치게임즈다. 이곳은 단순 게임개발사는 아니다. 외주가 많다. 실제 모바일게임을 직접 개발 서비스하지만 게임디자인과 개발, 게임그래픽까지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게임 개발 수주를 받으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자신의 게임만 만들기도 바쁠 텐데, 왜 외주였을까? 이 회사는 게임보다 게임 생태계를 먼저 봤다. 대응이 빠르고 접근이 쉬우며, 콘텐츠 소비시간이 짧고 불규칙적인 것을 고려하여, 스스로 절제하기 시작했다는 것.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었지만 만들지 않고 시장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개발의 역사, 수주의 역사
개발의 역사, 수주의 역사

직원이 한명 밖에 없는 곤군게임즈도 게임만 만들지는 않는다. 인디 게임사답게 자체 게임제작 뿐만 아니라 게임플랫폼 홀더, 직무교육 및 콘텐츠 제작 강의, VR/AR개발 외주 등 외주도 많이 하고 있다. 

현대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다. 어떤 회사는 외주를 하면서, 어떤 회사는 카지노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어떤 회사는 IP 게임을 내며 6년을 버텼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랜 세월을 견디며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다. '이제 한국 게임은 끝났다'고  자책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들이 불씨가 되어 남아 있다면 언젠가는 활활 타오를 날이 있을 터. 이제 6년간 기술을 갈고 닦았다면 이제 더 이상 절제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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