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2년 만에 내부 'KT맨' CEO 탄생...'포스트 황창규' 구현모 대표이사 숙제는 '외풍 대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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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2년 만에 내부 'KT맨' CEO 탄생...'포스트 황창규' 구현모 대표이사 숙제는 '외풍 대응력?'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2.2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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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차기 CEO에 구현모 KT 사장 선임...내부인사 선임에 분위기 '긍적적'
- 황창규 KT회장과 친분 관계 비판도 나와...정권 등 '외풍 차단' 역할은 숙제
- KT이사회,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
-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워...정치자금법 협의는 '걸림돌'

KT의 새얼굴이 내부 인사로 정해졌다.

사내에선 12년 만에 ‘KT맨’이 수장 자리에 오른다는 점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KT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외풍 차단’은 차기 대표이사의 숙제로 꼽힌다.

오는 3월 물러나는 황창규 KT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등 KT는 그간 끊임없이 정권의 ‘외풍’ 논란에 휩싸였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내정자
구현모 KT 대표이사 내정자.

KT 이사회는 전원합의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55)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구현모 후보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은 후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구현모 후보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박사를 마쳤다.

구현모 후보는 1987년 KT에 입사했다. 33년간 근무한 정통의 ‘KT맨’이다. KT T&C부문 T&C운영총괄,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구현모 후보가 대표이사에 내년 3월 오른다면, KT는 12년 만에 내부인사를 수장으로 맞이한다. 남중수 전 KT 사장이 취임한 2005년 이후 첫 내부승진 CEO다.

KT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현모 후보가 KT에 33년을 몸담은 만큼 내외부 사정에 매우 밝아 기대가 높다”며 “사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구현모 후보에 대해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꼼꼼한 일처리와 사업을 전체적으로 살피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표현했다.

구현모 후보는 그간 황창규 KT회장과 원활히 호흡을 맞춰와, 대표이사직 업무 인수인계 절차를 최대한 단출하게 해도 바로 업무 수행이 가능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도 구현모 후보에 대해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가 내부인사를 새 수장으로 내정하면서, 외부의 입김으로 대표이사가 정해지는 이른바 ‘낙하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졌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광화문 KT 본사 사옥
KT 광화문 본사 전경.

다만, 구현모 후보가 황창규 회장의 취임 후 승진을 거듭했던 만큼 ‘전 회장의 입김’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현모 후보는 회장의 첫 비서실장이기도 했다. 조직 내에서는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구현모 후보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황창규 회장과 함께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일부 직원이 가입된 KT새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선임에 대해 “절차적으로는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것이 최종적으로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 후계자를 선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다수 직원이 가입된 KT 노동조합은 이번 차기 회장 후보 내정자에 대해  "낙하산이 아닌 K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 선정과정에서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 고객, 주주, KT 그룹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KT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고려,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할 것을 후보자에게 제안했다.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춘다. CEO 임기 중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구현모 후보자는 경영계약에 이 같은 사안을 반영해달라는 KT 이사회의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 이번 제안 사안에 ‘부정행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은 구현모 후보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 고위관계자는 최근 녹생경제신문과 만나 차기 대표이사에 필요한 자질로 ‘외풍차단’을 꼽기도 했다. 그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회사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면서 “KT 직원이란 자존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구성한 총 37명의 사내∙외 회장후보자군을 심사해, 12월12일 9명의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했다. 12월26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KT에 애정을 갖고 회장 후보자로 적극 참여해주신 분들과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KT 이사회는 회장 선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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