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오게 하는 아미노산 발견 …수면장애 해결될까
상태바
잠 잘 오게 하는 아미노산 발견 …수면장애 해결될까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2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니스트 연구팀, 수면장애 극복 패러다임 제시
형질전환 초파리를 통해 실험한 결과 '트레오닌'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진=유니스트]
형질전환 초파리를 통해 실험한 결과 '트레오닌'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사진=유니스트]

잠이 잘 오게 하는 아미노산이 발견됐다. 국내 연구팀이 동물 단백질에 많이 포함된 필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트레오닌(threonine)’의 섭취가 수면을 유도하는 현상과 그 신경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밝혀냈다. 아미노산 식이조절로 수면장애를 치료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트레오닌은 필수 아미노산이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식물에는 적고 동물 단백질에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리와 콩류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있다. 육류,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달걀 등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잠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에게 필수 생리현상이다. 여러 신체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먹은 뒤 졸음이 오는 식곤증이나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오지 않는 현상 등이 그 예이다.

연구팀은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 행동을 이용해 특정한 음식물의 섭취에 의한 수면 조절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를 위해 20가지 아미노산을 각각 섭취한 초파리의 수면 변화를 분석했다. ‘트레오닌’이 수면을 유도하는 특이적 아미노산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레오닌을 섭취한 초파리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 트레오닌을 섭취하지 않은 초파리에 비교해 오랫동안 수면을 유지했다.

이런 현상은 트레오닌이 뇌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내용도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 트레오닌을 많이 섭취하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Gamma-AminoButyric Acid)’ 양이 줄고 수면을 촉진하는 핵심 뇌 부위의 대사성 가바 수용기(metabotropic GABA receptor)를 통한 신호가 약해진다. 그 결과 빨리 잠들고 오래 자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유니스트(UNIST)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이 수행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기윤희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는데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초파리에게 트레오닌을 먹여 수면 시간을 늘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팀은 다른 한편으로 신경세포에서 트레오닌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이 억제된 형질전환 초파리를 제작했다. 이러한 초파리는 트레오닌을 음식물로 섭취하지 않아도 뇌 속 트레오닌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때에도 수면촉진 효과가 확인됐다. 뇌 속에 트레오닌이 많아지면 수면이 촉진된다는 것이 이중으로 검증된 것이다.

임정훈 교수는 “수면의 새로운 조절 인자로서 뇌 신경세포 내 아미노산 대사 작용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라며 “중추신경에 인위적으로 작용해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면장애 치료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 7월 17일자(논문명: Sleep-promoting effects of threonine link amino acid metabolism in Drosophila neuron to GABAergic control of sleep drive)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