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조원" "549조원" "200조원"...정부, 원전해체 시장규모 두고 '우왕좌왕'...한 달 새 전망치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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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조원" "549조원" "200조원"...정부, 원전해체 시장규모 두고 '우왕좌왕'...한 달 새 전망치 3개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4.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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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와 과기부 각기 다른 출처에 근거한 전망치 내놔
두 부처 신경전 벌였다는 주장에 산업부 해명자료 내놓기도

원전해체 시장 규모를 두고 정부가 각기 다른 추정치를 내놓으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을 포함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발표하며,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가 549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에서 549조원이 과장됐다고 비판하자, 산업부는 18일 설명자료를 내놓고 "원전해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성장세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를 인용하며 "IAEA는 상업용 원전해체 시장을 200조원(1846억 달러)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가 549조원이라고 공언한 지 단 하루 만에 산업부는 시장규모가 200조원이라고 뒤집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발표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에서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가 549조원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미국 민간 경제컨설팅 업체인 BatesWhite의 전망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며 "최초 추정치도 미국의 민간 경제컨설팅 업체인 BatesWhite가 전망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정부 정책을 민간 경제컨설팅 업체의 추정치에 기대 내놓을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17일 발표한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에 대한 지적이 일자, 산업부는 이튿날 설명자료를 내고 2004년 기준 세계원자력기구(IAEA)가 200조원이라고 밝힌 것을 인용했다. 단 하루만에 전망치를 번복한 셈이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이튿날 IAEA 자료를 인용했지만, 그 수치는 15년 전 전망"이라며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이번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보고서엔 원전해체 시장규모가 '또 다르게'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위 관계자가 언급한 보고서는 '2017년도 원자력산업실태조사'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이 보고서 211쪽엔 "국제원자력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은 향후 전개될 노후 원전의 해체 시장규모만 440조원에 이르며, 실험로와 핵주기시설 등 원자력 시설 전체 해체 시장은 1000조원에서 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OECD/NEA,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위원회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망치뿐만 아니라 산업부가 밝힌 인용출처와도 다르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해 승인받은 보고서 '2017년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의 한 대목. 여기서는 원전해체 시장규모를 44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전망치의 출처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원자력위원회다. 산업부와 과기부가 원전해체 시장규모에 대해 각기 다른 출처에 근거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큰 정책을 수립하면서도 관계 부처끼리 소통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원전을 두고 벌이는 이번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과기부가 원전해체 기술개발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고 주장한 상황. 

산업부는 22일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며 "두 부처는 원전 해체 R&D를 이미 협력해 추진하고 있고, 향후에도 해체 R&D에 협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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