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태양광 시장규모 키웠다지만...정작 '육성'한 건 국내 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

최근 4년간 국내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 17.15%→33.4%, 국내 기업 82.9%→66.6%
태양광 업계 전문가, "공무원들 싼 중국 제품만 찾아" "국내 시장 질적 하락할 것"

2019-03-13     양도웅 기자

정부 육성 정책으로 국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희한하게'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덩달아 커진 분야가 있다. 

바로 태양광 산업 분야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근 전남 영암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자로 LS산전이 선정됐다. LS산전은 자사 태양광 모듈 대신 중국 진코솔라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영암 인근 해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프로젝트 입찰 설명회에 한화큐셀, LG전자 등 국내 기업과 진코솔라, 트리나솔라 등 중국 기업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솔라시도 측에서 '우리는 가격으로만 판단하겠다'라고 잘라 말하더라, 그 순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국내산 태양광 모듈 가격보다 약 10%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 정부 "태양광 연간 설치량 2GW 시대 진입"했다고 말하지만... 최근 4년 간 중국 기업 점유율 17.15%→33.4%, 국내 기업 82.9%→66.6%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2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27MW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8.9% 성장했고, 2017년과 2018년 사이엔 19.8% 성장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함과 동시에 중국 태양광 기업의 국내 시장 영향력도 함께 높아졌다. 

2014년 17.15%였던 중국 기업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2018년 33.4%로 크게 성장했다. 

반면, 한화큐셀과 LG전자 등의 국내 기업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2014년 82.9%에서 2018년 66.6%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태양광 연간 설치량 2GW 시대 진입, 2018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72% 초과 달성" 등 태양광 산업 규모가 성장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국내 시장 규모가 커지며 함께 국내 기업도 발전하는 게 아니라, 외려 중국 기업이 발전하는 모양새다. 

특히, 2018년 5월 중국 정부가 '신규 태양광 발전소 건설 제한 및 보조금 축소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남는 물량을 더 저렴하게 한국, 동남아 등 주변 국가에 더 저렴하게 팔 수 있게 됐다.

◆ '저가 입찰' 고집하는  정부·지자체 공무원들..."국내 태양광 시장 질적 하락시킬 것"

이처럼 중국 기업 태양광 모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성장한 이유는 정부 및 지자체가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가격'만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게 뭐겠어요? 싼 가격으로 사업을 추진해 상사들에게 인정받는 겁니다. 그러니 초기비용만 저렴하게 들어가는 중국 기업 제품만 찾는 것"이라며 "나중에 수리 비용이나 운영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아요. 그분들이 10년 후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나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양광 산업은 20년,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프로젝트임에도 '초기비용'에만 매몰돼 중국 기업 제품만 고집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태양광 모듈은 중국 기업의 태양광 모듈보다 질적인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신재생 에너지 선진국에서 국내 기업은 수위를 다툰다.

2016년과 2017년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기업은 국내 기업이다. 2017년 일본 시장점유율 1위도, 2018년 독일 시장점유율 1위도 국내 기업이다. 

이런데도 국내 시장에선 '싼 가격'만 고집하는 정부, 지자체 등 때문에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국내 태양광 시장이 미국과 일본, 독일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계속 '싼 가격'만 고집할 경우 태양광 시장의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국정 목표로 내세운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마냥 장밋빛이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