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업계에 ‘핵폭탄’ 던지나... ‘후행 물류비’ 제재 논란

납품업체에서 후행물류비 받은 롯데마트에 4천억대 과징금 부과 절차 착수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상호 필요에 의해 발생한 비용”... 반박 주장도 거세

2019-01-22     양현석 기자

공정위가 유통업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후행 물류비’에 제동을 걸고 나서 향후 업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유통업체 물류센터로부터 각 매장까지 배송되는데 드는 비용인 이른바 ‘후행 물류비’를 5년간 납품업체에 부담시킨 롯데마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4000억원 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5년간 300여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겨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고, 3월경으로 예상되는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등의 결정이 내려진다.

이번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4000억원 대라는 막대한 금액의 과태료 뿐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는 관행처럼 여겨졌던 물류비용에 대한 공정위의 첫 유권해석이 나왔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만약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대로 후행 물류비가 불법으로 결정될 경우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모두 동일한 처벌을 받게 돼,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 발 핵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가 물류센터까지만 배송을 했다면, 그곳까지의 비용만 부담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논리다. 즉, 물류센터로부터 각 매장까지 배송은 유통업체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함에도 이를 납품업체에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물론이고, 납품업체에서도 후행 물류비가 유통업계와 납품업체의 상호 필요에 의해 발생한 비용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과 합리적 금액만 책정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과거 유통업체의 매장 수가 작았을 때는 납품업체가 각 매장까지 납품을 했기에 그 물류비용은 모두 납품업체가 부담을 해 왔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이 대형화 되고 매장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공감대 하에 유통업체의 물류센터가 생기면서 중간 단계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후행 물류비가 문제되는 것은 이 비용의 부과 기준 등이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납품업체에 통보되기 때문”이라면서, “공정위가 후행 물류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후행물류비의 산정에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협의를 통해 합리적 기준이 세워지도록 해야 할 것을, 현재 공정위의 논리대로 후행 물류비 모두를 유통업체에 부담시킨다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도 이번 공정위 방침에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롯데마트 측 관계자는 “아직 2~3개월의 소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므로, 소명자료를 충실히 작성해 전원회의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조치로 물류비용의 정확한 기준이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이 사안이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납품업체에게 ‘갑질’을 했다거나, 수천억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만한 사안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