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미래 삼성' 결단, 백혈병 피해보상·삼성전자서비스 전원 고용...'과거 청산' 통한 '신뢰회복'

`반도체 백혈병` 10년 갈등 해결 이어 '무노조 경영' 사실상 붕괴...이재용식 미래 삼성 경영

2018-11-02     박근우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피해자 전원 보상'으로 합의,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8,700여명을 직접 고용키로 하면서 삼성그룹의 과거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되고 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과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사회적 갈등과 불신의 과거사를 화합과 신뢰의 미래 메시지로 승화시킨 선순환의 발상 전환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러한 백혈병 분쟁과 삼성전자 서비스 직접 고용에 대한 해결책을 수용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삼성전자의 신뢰 회복에 역점을 두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선제적인 정면 돌파에 나선 것.

이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변화는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 이후 급진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과거 수동적인 자세에서 '무조건 수용'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해묵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단체라는 점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깨졌다. 과거 선대 회장에서 관행이었던 무노조 경영 등 신화가 사실상 '과거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2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8,7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17일 직접고용 결정을 발표한 지 200일만이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사의 정규직과 근속 2년 이상의 기간제 직원으로, 수리협력사 7,800명, 상담협력사(콜센터) 900명 등 총 8,700여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은 2일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직접고용 최종합의서에 서명했다.

협력사 대표들과 합의도 진척돼, 전체 협력사의 90% 이상이 합의에 동의했다. 이해당사자들과 합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협력사 직원들은 채용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1일자로 경력 입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전원 직접 고용 전격 합의...미래지향 상생 노사관계 시금석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업무 특성과 인력 구조, 고객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직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둬 직접고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급여, 복리후생 등 전체 처우는 협력사 근무 시절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직접고용 후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임직원 9천여명, 전국에 184개의 직영 수리 거점을 갖춘 국내 AS업계 최대 규모의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상담협력사 직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분 100%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CS㈜'에 11월 5일자로 입사하며 직접 고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상담 업무와 인력, 관련 산업의 트렌드를 면밀히 검토해 삼성전자서비스CS㈜ 설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CS㈜는 처우 개선과 함께 인력의 70% 이상이 여성임을 고려해 모성보호, 육아지원 제도 등 맞춤형 복지를 강화했으며, 상담 업무 특성을 감안한 근무 환경과 제도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 피해자 전원 보상...10년 이상 해묵은 과거 청산 후 미래로의 출발

이에 앞서, 1일 '반도체 피해자 전원 보상' 방안도 발표됐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1년 만이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삼성전자 경기도 기흥사업장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1984년 이후 1년 이상 근무 중 질병을 얻은 피해자 전원을 보상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보상 대상은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와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전·현직 직원(퇴직자 포함)으로 사내협력업체 직원 전원까지 포함된다. 보상 기간은 2028년 10월 31일까지로 이후에는 10년 뒤 다시 정한다.

백혈병은 최대 1억5천만 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 원과 100만 원으로 지원 보상금이 정해졌다. 조정위원회는 이날 내에 보상 방안에 대해 세부 조율을 거쳐 최종 보상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이건희 시대에 이어 이재용 시대의 개막...과거 단절을 통한 미래 삼성 비전 만드나?

한편, 이번 '백혈병 피해자 전원 보장'과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전원 고용'에 대한 극적인 타결은 삼성그룹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주주친화 정책, 사회적 역할 확대, 노조에 대한 전향적 변화, 미래 성장사업 추진 등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초 총 180조원 규모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한 이후 잇따라 구체적인 실행을 내놓는 중이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또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 보면 지난 2월 경영복귀를 한 이후 거의 매달 해외로 떠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현장경영을 보여주는 중이고,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새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 방문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강화는 물론 지난달에는 남북 정상회담 방북단에 참여하는 등 그룹 총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삼성의 과거와의 단절은 이건희 시대를 마감하고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청산을 통해 어떻게 '미래 삼성'으로 이끌지 귀축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