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플라스틱컵' 금지 3개월...실효성은 '글쎄'?

유리·머그컵 파손 이어져 구입 부담...남은 음료 '테이크아웃' 요청에 '이중고'
플라스틱컵 사용 매장 아직 많아...일회용 종이컵으로 대체
'앱'으로 주문시 매장 음용 여부 몰라...규제 '보완' 필요

2018-10-29     이효정 기자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한지 3개월이 지난 가운데,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을 살리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률이지만 온전히 지키는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아직 법률을 충분히 알지 못한 소비자가 많은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앱'으로 음료를 주문 받는 경우 매장 음용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내는 매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에 헛점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금지 제도가 시행되지 3개월이 됐지만, 아직 시장 내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했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목적 외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할 경우 사업자에게 5~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이 이 법률의 골자다.

유지비는 늘고 일회용 컵 사용량은 그대로?..."손만 많이 가고 비용은 더 들어"

카페업계는 자원재활용법을 온전히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매장 내 머그컵이나 유리컵을 비치하기 위한 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파손 및 도난이 빈번해 유지비가 지속적으로 지출된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더라도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주지 않았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고객 역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회용컵으로 매장에서 음료를 음용한 후 조금 남은 양을 테이크아웃 해달라고 하는 고객이 많아 '일회용 컵 줄이기'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카페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때보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현재가 손도 더 많이가고 비용 지출이 더 크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조금 남은 음료를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달라는 고객이 꽤 많아 결과적으로 플라스틱 컵 사용을 하면서 설거지할 컵만 늘어나는 경우도 잦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매장 내 환경부가 보낸 일회용 컵 사용 금지 포스터를 부착해놨음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달라는 고객은 여전히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 난감할 떄가 많다"고 덧붙였다.

'꿩 대신 닭'...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 활용 매장 늘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카페에서는 냉온음료 여부와 무관하게 일회용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곳도 늘었다. 일회용 종이컵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환경부의 일회용 컵 규제에 빈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회용 종이컵은 원래 뜨거운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투명하기 때문에 아이스 음료를 담는 데 사용됐다. 그 중 플라스틱 컵이 규제를 받자 아이스 음료 마저도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내는 '꼼수'를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매장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종이컵이 관리하기도 용이해서 아이스음료도 종이컵에 나가고 있다. 비쥬얼적으로 별로라는 일부 손님도 계시지만, 알바생 입장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이 매장 관리 측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인 '앱 주문'...매장고객 여부 확인 어려워 플라스틱 컵 일괄 제공

일각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규제 사각지대인 '앱 주문'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플로 음료를 주문하는 경우 매장에서 음용할 것인지, 테이크아웃할 것인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문시 개인이 컵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지만 플라스틱 컵을 선택한 후 매장에서 음용을 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타벅스는 자사 앱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 오더 첫 페이지에 '컵 선택' 옵션을 노출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당 문제는 당장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카페 종사자는 "앱 주문은 알바생과 대면하지 않고도 주문을 할 수 있어 사용하기 편한 일회용 컵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 앉아 음용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며 "해당 고객을 발견하게 되어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있다고 말씀드려도 '그랬냐 몰랐다'라고만 반응하고 마는 경우가 많아 직원 입장에서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