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대에 걸친 'LG 하청업체 갑질'에도 공정위는 '수수방관'...청년사업가 정현명 다우테코 대표

-LG화학 1차 하청사 (주)디에이테크놀로지 20억원 대금 미지급
-아버지도 LG 계열사에 피해 입고 도산 후 재기 물거품
-강금실 전 법무장관, (주)디에이테크놀로지 사외이사 '의구심'

2018-10-17     박근우 기자

"결혼하기로 한 여자친구와도 이번 일로 헤어져 이제 꿈도 못꿉니다. 3포세대(직장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로서 눈물이 납니다"

27세 청년 사업가인 정현명 (주)다우테코 대표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현명 대표는 "LG화학의 1차 하청업체이자 중견기업인 (주)디에이테크놀로지로부터 약 20억원 가량의 하도급 대금을 받지못하는 '갑질'을 당해 현재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을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녹색경제신문에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지난 8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주최한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에 나섰던 정현명 대표였다. 정 대표는 이날 이미 (주)디에테크놀로지에 대한 피해를 증언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이메일에서 "회사 내에 있던 PC들이 전부 압류처리 되는 바람에, 핸드폰으로 한자한자 적습니다. 제 나이 27살에 대금 빚이 15억입니다"며 "아버지께서도 20년 가까이 같은 사업을 이어오시다, LG이노텍의 갑질로 부도가 나고, 제 미래를 담보 삼아 군대 전역 직후, 제가 대표이사로서 일을 해왔는데 같은 일이 또 벌어진데 대해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고 간절함을 알렸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20년간 운영하던 회사가 대기업 갑질로 부도난 데 이어 자신도 하도급 갑질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것. 아버지의 재기를 돕기 위해 아들이 나섰다 대를 이어 "대기업 갑질"에 당한 "기구한 운명"이란 얘기다.  

이어 정 대표는 "그저 가족을 위해 밥벌어 먹고살려고 했던 일인데...증언대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이 갑질 행태들에 대해 자세하게 더 토해내고 싶습니다"며 "디에이테크놀로지, LG...갑질의 방법은 너무나도 똑같습니다. 행태만 다르지, 이 쳇바퀴같은 관행 더 이상 당하고만 있고 싶지 않습니다. 저 같은 을들이 그저 당하고 있는데에는 더 이상 일감을 받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에 목소리를 못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고 전했다.

특히 정 대표는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재 제조업 경영을) 그만둘 생각입니다"며 "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지난 11일 오후, 정현명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곳에 호소했지만 공정위를 비롯한 대부분 기관이 '수수방관'했다고 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주)다우테코는 공장자동화 설계제작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주)다우테코는 2차 전지 생산설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등록사인 (주)디에이테크놀러지에 4건의 수주를 받아 진행했다. LG화학의 1차 하청업체가 (주)디에이테크놀러지이고 2차 하청업체가 (주)다우테코였던 것.

그러나 정 대표는 20억원에 달하는 하도급 대금을 (주)디에이테크놀러지로부터 받지 못한 채 (주)다우테코 공장은 각종 압류와 빚 독촉으로 빨간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피해 금액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작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에 실패했다. (주)디에이테크놀러지가 조정 의사가 없어서라는 것. 공정위에 이 사건이 이첩되었지만 1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Q : 27세 청년인데 회사를 운영하게 됐나?
정 : "예대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했다. 아버지께서 20년간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났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에 납품을 했다. 부도 후 폐업했다. 집, 공장 등이 경매 처리됐다. 신용 불량 상태가 됐다.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 때문이었다. 지금도 LG만 봐도 이가 갈린다. 군대 제대 후 아버지의 재기를 돕기 위해 2014년 (주)다우테코를 시작했다. 20년 넘게 어깨 너머로 아버지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기술과 경험이 있었다. 아버지가 세웠던 (주)다우테크를 계승해 이름도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회사 정리 중이다. 공장의 고물을 팔아 교통비 마련할 정도다. (깊은 한숨)"

Q : 다우테코가 피해를 당했다고 한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어떤 회사인가?
정현명(이하 정) : "(주)디에이테크놀러지는 주로 LG화학과 중국업체의 1차 협력사로서 생산장비들을 납품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15일 기준) 22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이다. 사건 당시 (주)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 주주는 신안그룹 계열사인 (주)휴스틸 외 2곳(신안저축은행, 신안캐피탈)이었으나,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안다"

 

(주)디에이테크놀로지는 지난 6월 14일, 최대주주가 위드윈투자조합30호 외 1인으로 변경된 데 이어 최근 10월 12일에는 에스모 외 1인(지분율 16.90%)으로 또 바뀌었다.
(주)디에테크놀러지의 창업자는 박명관 대표다. 박 대표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와 LG전자 생산기술원을 거친 개발자 출신 CEO다. 1996년, 박 대표는 수입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생산 설비를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LG전자 생산기술원 출신 기술자 5명과 뜻을 모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LCD 설비를 제작했다. 2차전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9년이었다. 박 대표 등 창업멤버들이 LG 출신이다보니 (주)디에이테크놀로지는 LG화학 등의 협력사가 됐다. 고 구본무 회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편집자 주)

Q : 다우테코와 디에이테크놀러지는 어떤 관계인가?
정 : "군대 제대 후 아버지의 재기를 도우려고 (주)다우테코를 시작했다. (주)다우테코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주)디에이테크놀러지로부터 4건의 2차전지 생산 관련 설비에 대한 설계제작 및 조립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 체결 직전에 (주)디에이테크놀러지 박명관 대표의 제안으로 자회사 격인 (주)글로맥이 (주)다우테코를 흡수합병하게 됐다. 당시 (주)글로맥은 부실해 기술력의 (주)다우테코와 합병을 한 형태다. (주)다우테코는 대표이사는 지분 23%로 저 정현명이 맡게 됐고, 나머지 지분은 (주)디에이테크놀러지의 박명관 대표와 처 황미순, 정영태 부사장, 김해주 전무 그리고 박명관 중학교 동창이자 (주)글로맥 사장이었던 한동운 외 2명 등이 소유했다. 사실상 (주)다우테코는 (주)디에이테크놀로지 자회사 격이었지만 실제로 버림받아왔다. 이유를 모르겠다. (주)글로맥을 정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나 의혹을 갖고 있다"

Q : 구체적인 피해는 어떻게 되나?
정 : "총 4건의 대금이 부가세 포함해 약 20억원이다. 이 중 13억 8570만원이 미지급 상태다. 제작한 장비들은 현재 (주)디에이테크놀러지를 통해 원사업자인 중국업체, LG화학 등에 납품 완료된 것으로 확인했다.
4건 중 대표적인 핫프레스(Hot press) 만드는 것인데 초기 견적 32억원이었는데 계약 당시는 약 1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처음 작성된 계약 내용과 다른 사양 변경과 추가 설계 등으로 발생한 피해금액과 미지급된 대금을 종합하면 약 15억원이다. 지체될수록 피해금액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첫 계약 서면 발급 이후 14차례 사양 변경 요구와 잦은 설계 변경에 따라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수정된 하도급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구두로 추후 정산하자며 일을 선진행시켰다.
턴키(Turn key) 계약을 가장하여 (주)디에이테크놀로지 측의 사양 변경 요구에 따라 발생한 모든 비용을 수급업자(2차 하청업체)에게 부담시키는 부당 약정이다. 1차 하청업체에 의한 2차 갑질이다."

Q : 부당 계약에 대해 항의는 하지 못했나?
정 : "부당위탁 취소 등 문제 제기를 했다. 그랬더니 (주)디에이테크놀로지 생산관리부 S부장이 '포기하라'고 구두 전달과 함께 압박을 했다. 추후 정산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경이다. 장비 조립 중이던 (주)디에이테크놀로지 공장 출입을 막았다. 쫒겨난 셈이다. 너무 억울해 공장 정문 앞에서 시위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 후 계약보증보험 청구가 왔다. 현재 저희 회사 (주)다우테코는 빚독촉과 도산 위기에 놓였다."

Q : 그 후 피해 대응 및 분쟁 진행 과정을 설명한다면?
정 :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위해 산하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 신고했다. 2개월간 조정절차를 밟았지만 (주)디에이테크놀로지의 조정 의사가 없음으로 결론났다.
조정 불발로 11월에 공정위로 이첩됐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위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소송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어서 공정위에 신고를 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공정위 내규에는 6개월 이내에 처리 완료돼야 한다고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는 공정위에 실망하고 있다."

Q : 정치인들에 호소한 이유는?
정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대부분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서러웠다. 그런데 최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대기업 갑질 증언대회를 열어줘 고맙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줬다. 그러나 바쁜 분들인 것 같다. 더 도와달라 말도 못한다.

그런데 강금실 변호사가 (주)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가 됐다는 기사를 봤다.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을 했던 분이라 현 정부와도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이런 회사에 사외이사로 있나 의문이다. 간혹 방패막이가 아닌가 의혹을 들기도 하고 혼란스럽다. 힘있는 사람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저 혼자 멀리 버려진 느낌이다."

(주)디에이테크놀러지는 이재숙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 퇴임하면서 강금실 법무법인(유) 원 대표변호사 겸 사단법인 선 이사장과 반재용 CISM Asset Management(Hong Kong) 글로벌투자총괄 이사가 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고 지난 7월 26일 공시한 바 있다. (편집자 주)

Q: 결혼도 해야 하고 앞으로 가야 길이 험난한데 괜찮나?
정 :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었다. 이번 일을 겪는 동안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이제 결혼할 꿈도 못꾼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3포세대고 저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다. 회사도 정리해야 한다.(긴 침묵)"

그렇게 인터뷰는 끝을 맺었다. 27세 청년 사업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으로서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이 컸던 터. 우리 사회가 청년의 꿈을 빼앗은 것은 아닐까 오버랩됐다. 아버지의 부도에 이어 아들 마저 똑같은 형태의 대기업 갑질에 회사가 부도날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