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연 부총리 회동...투자 발표 연기 이유는?
출장 후 5일 귀국한 이 부회장, 6일 부총리 면담 후 빠르면 이달 중 투자 발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5일 귀국한 가운데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 맞춰 준비해 온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가 잠정 연기됐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이 부회장과 김 부총리 면담 직후 100조원 규모의 투자와 1만명 수준의 일자리 증대 등을 패키지로 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이 부회장과 김 부총리는 애초 계획대로 6일 오전 평택 공장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 하며 기업 애로사항 등을 주제로 만나지만 투자 및 고용 계획 등은 삼성전자가 빠르면 이 달 중 시차를 두고 별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 방문 이후 기획재정부가 아닌 대기업이 직접 발표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최초 사례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 시기 및 주체의 변화는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회동을 앞두고 "삼성에 구걸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불만, 정부가 대기업 옆구리 찔러 생색내기를 한다는 세간의 눈총 등이 정부와 삼성전자 모두에게 심적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정부가 나서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 "이미 범죄 혐의가 인정돼 재판 중인 사안에 사회적 사면을 주는 행위" 등 시민단체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마치고 5일 귀국한 후 김 부총리와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만남을 준비 중에 있다. 김 부총리는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규제혁신과 애로사항 등에 대해 이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시차를 두고 일반 대중의 오해가 없는 시기를 다시 골라 100조원 규모의 투자 및 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발표 시기의 문제일 뿐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공들여 준비해온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은 변함없이 이행한다는 것.
한편, 기획재정부와 삼성전자는 6일 회동을 준비하면서 그간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 투자 및 고용 계획 규모 등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는 삼성전자가 마련한 투자방안 등을 담은 자료를 받아 혁신성장 차원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 부총리가 직접 방문한 직후 기획재정부는 LG그룹(2018년 19조원 투자·1만 명 고용)과 현대자동차그룹(5년간 23조원 투자·4만5000명 고용), SK그룹(3년간 80조원 투자·2만8000명 고용), 신세계그룹(3년간 9조원 투자·매년 1만명 이상 고용) 등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정부가 대기업에 'SOS'를 보내 투자를 요청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급기야 청와대가 '기업에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는 부정적 메시지가 나온데 이어 김 부총리는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김 부총리는 입장문에서 "삼성전자 방문 계획과 관련해서 (특정) 기사에서 인용된 일부 표현(구걸)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파열음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내부에서 경제정책과 대기업 정책을 두고 갈등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대기업 현장 방문 등 여러가지 사안에서 온도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 부총리가 LG와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총수와 회동하며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한 전례에 맞춰 준비했을 뿐인데도 유독 삼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벙어리 냉가슴 신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내부적으로 투자와 사회공헌 확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근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 확대 계획을 최종 결정했으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