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봉이냐" vs. "오염물질 걱정 불필요"…벤츠 도장시설 놓고 시흥동 內 각축전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도장시설 확장 설치…청와대 청원까지 거센 반발 직면

2018-07-04     박정배 기자

수입차량 도장시설 설치 여부를 놓고 서울 금천구 시흥1동에서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천구 시흥대로 169에 위치한 벤츠 KCC오토 금천서비스센터는 확장을 통해 도장시설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도장시설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해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 반대 입장이다.

도장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측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다. ‘시흥동에 살고 있는 아기 엄마’라는 한 시민은 “17개월 된 딸아이에게 미세먼지도 미안한데 발암물질이라니, 주변에 아파트며 초중고 학교에 학원, 마트 밀집지역에 말이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청원은 4일 현재 2592명이 동의한 상태다. 2017년 1월 1일 기준 시흥1동 인구가 3만595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에서 제시한 20만 명 기준은 턱없이 미달하지만 적지 않은 주민이 이 상황을 가볍게 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강남 지역에 설치할 도장시설이 반대 여론으로 인해 금천구에 설치하게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사회는 더욱 분개하는 모양새다.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 여론에는 굴복하면서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금천구가 만만하냐”는 성토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금천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4일 금천구청 환경과의 한 관계자는 “강남 지역에 들어서기로 한 것은 아우디 측에서 만드는 시설로, 금천구의 벤츠와는 전혀 무관하다. 즉 강남 주민이 반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천구로 도장시설을 설치한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차별론과는 별도로 주민 기본권 침해론이 지역 사회의 논란거리로 여전히 떠오르고 있다. 금천구 지역은 물론이고 인근 광명시 맘카페 등에까지 ‘발암물질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공기를 타고 광명시까지 번지면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등의 글이 올라온 상태다.

특히 관계 법령에 의하면 도장시설과 같은 준공업시설은 신고제가 적용돼, 별도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이로 인해 지역 사회에서는 도장시설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집회와 같은 실력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KCC오토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KCC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원만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오염물질 배출 법적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관계기관들과 약속을 했고, 실제로 이를 지킬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된 상태”라며 “여기에 플리즈마 정화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물질 배출에 대해서는 조금도 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