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월드컵, 유통업계 '가뭄에 단비' 될까...흥행변수 세 가지
주류, 치킨, 외식업계 웃고...홈쇼핑, 온라인몰 울고
러시아 월드컵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만에 찾아온 글로벌스포츠 축제 특수를 누리기 위해 유통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장기 내부수진과 전통적 비수기인 6월에 들려온 월드컵 소식은 유통업계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의미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유통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몇 가지 변수들이 있어 어떻게 작용할 지도 관심사다.
첫번째 변수는 이번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의 조별 예선 3경기가 모두 저녁 9시부터 자정 사이에 열린다는 점이다. 즉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했던 브라질 월드컵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한국전 경기가 오전 4시, 5시로 새벽시간에 집중돼 치맥과 족발, 보쌈등 야식의 인기가 시들했었다. 반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특수를 누렸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장 대목을 노리는 업계는 치맥으로 대변되는 치킨업체들과 맥주업체들. 치킨업계는 최근 치킨값 인상, 가맹점과의 갈등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얻고있지만, 이번 월드컵을 반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치킨업체 BBQ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저녁에 편성됐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평소보다 매출이 90% 늘었다. 2016년 개최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KFC는 전월대비 딜리버리 매출이 23% 뛰었다. 피자헛은 전년대비 배달주문이 133% 이상 늘었고, 교촌치킨도 전 주 동기 대비 10% 가량의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BHC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치킨을 시켜먹는 시간이 한국경기가 열리는 시간과 거의 비슷해 가맹점주들이 월드컵 특수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이번 월드컵을 맞는 곳은 주류업계. 월드컵은 맥주업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꼽힌다. 오비맥주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전년 동기 대비 6월 매출 신장률이 6.67%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 매출 신장률의 3배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류업계에서는 ‘4년마다 돌아오는 대목’월드컵을 계기로 맥주시장은 최소 연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여름에 접어드는 6월이라는 점,'맥주 한잔하기 딱 좋은시간대'에 한국전 경기가 열린다는 점도 호재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오비맥주는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까지 선보였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로고를 제품 상단에 배치하고 소비자들을 공략중이다. 또 러시아 월드컵 공식 후원 브랜드 버드와이저는 전 세계 TV 광고,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 및 전용잔 출시 등을 통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안정환도 MBC 예능프로에 출연해 "축구하면 역시 맥주"라며 "맥주먹고 스포츠에서 안된다는 생각을 뒤집고, 세계도 한번 뒤집어 보자"며 자신이 광고모델로 출연한 오비맥주를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식후원사가 아니라 마케팅에 다소 제한은 있지만,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앞세워 업소용보다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프로모션을 계획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점을 앞세워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다. 롯데주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인 기성용, 손흥민, 김신욱 선수의 모습을 담은 ‘피츠 수퍼클리어’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출시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을 신상품인 '피츠'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며 "월드컵으로 이슈화가 되면 결국 매출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식음료업계도 대규모 월드컵 마케팅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32개국 330여 종의 맥주를 판매하는 ‘세계맥주 페스티벌’을, 롯데마트는 맥주와 안주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이마트는 치킨·피자 등 즉석조리식품 할인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TV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의 5월 전체 TV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24% 증가했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거리응원하기에 좋은 시간대라 응원도구와 티셔츠 판매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홈쇼핑과 온라인쇼핑업계는 다소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 번째 변수는 호프집, 음식점등의 공공장소에서 단체응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FIFA가 공공장소전시권(PV·Public Viewing) 행사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방송 전 사전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실내 스크린(100인치 이하) 1대당 하루에 10만원씩 비용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전 경기는 200만원, 체인점 전체는 최대 5000만원을 내도록 공지하고 있다.
만약 극장이나 공연장 등을 빌려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 유료 입장권 판매 매출의 50%를 FIFA에 지불해야 한다. 개인 식당도 비슷한 비용을 부과받는다고 가정하면 국가대표 예선전 3경기를 매장에서 보려면 총 30만원, 월드컵 기간 전 경기를 틀어 놓으려면 20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상당수가 가맹점 위주의 영세한 사업자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이 비용을 선듯내면서까지 영업활동을 할지는 미지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 안내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브랜드가 알려진 유명프랜차이즈의 경우는 가맹점들에게 이 점을 주의하도록 공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의 데블스도어 코엑스점은 매장 내에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기 위한 비용 문제를 협의 중이다. 영동대로 코엑스 인근에서 열릴 공식 거리 응원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 OB맥주, 코카콜라, 아디다스 4개사만 진행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영업장에 대한 기준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비영리단체등 비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응원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건 너무 심하다"면서 "전세계 축제에 엄격한 상업적 잣대로 접근해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번째 변수는 한국 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으로 16강에 오르지못할 경우 너무나 짧은 시간에 열기가 가라앉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팀이 16강 정도는 무난히 진출해줘야 전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며, 유통업계도 좀 더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북미회담, 지방선거 같은 정치적 이슈에 묻혀 생각만큼 월드컵 사전흥행이 안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전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낮은 것도 월드컵 흥행저조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특수를 유통업계가 제대로 누릴려면 국가대표팀의 전력과 성적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소비자들을 움직일 마땅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월드컵 같은 글로벌 스포츠 행사는 트리거같은 역할을 확실히 해줄 것"이라며 "반짝 이벤트에서 끝날게 아니라 성적까지 뒷받침돼 준다면 중장기적으로 유통업계 붐업을 이어갈 매출효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