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 금융회사들, 불꽃튀는 핀테크 경쟁..결제시장 쟁탈전

은행 계좌없어도 핸드폰은 보유, 현지당국 전자결재 독려로 자국 핀테크산업 진흥 유도

2018-06-07     황동현 기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페이결제시장을 중심으로 뜨거운 핀테크 경쟁을 펼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일 제로웹은 베트남 핀테크 기업인 브이앤페이(VNPAY)와 손잡고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전략적 제휴로 제로웹은 브이앤페이 사용자 1000만 명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데이터를 확보·분석하고 브이앤페이는 데이터를 통해 가맹점과 유저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브이앤페이는 1000만 사용자를 보유한 베트남 대표 e-payment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결제, 모바일 뱅킹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 금융사인 VPBank, AgriBank, VietcomBank, VietinBank를 포함해 약 20개 은행과 200개 이상의 이커머스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이앤페이는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유니콘 스타트업 Sea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텐센트가 대규모 투자하고 있는 Sea 그룹은 싱가포르 본사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 총 7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술(IT)기업이다. 

베트남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 덕분이다. 국내 은행들도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동남아 전자결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72%)도 상당히 높다. 이는 지난 2014년 대비 무려 12%나 증가했고, 낙후된 은행산업과 달리 핀테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2020년 이후 '현금없는 경제 정책'도 핀테크 산업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까지 시장의 전체 거래 중 현금의 비중을 10% 이하로 줄이고, 도시 거주 가정의 50%를 전자결제로 유도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2016년 베트남에 ‘신한 퓨처스랩(Future's Lab) 베트남’을 개설한 뒤 현지 유망 핀테크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 베트남 증권사인 CBV증권 지분 100%를 인수한 뒤 2월 초 베트남 현지법인 'NHSV(NH시큐리티스베트남)'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현지 증권업 진출과 더불어 현지 핀테크 기술관련 공동 연구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는 베트남 금융산업 및 핀테크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하고 지난4월 최종구 위원장과 국내 금융기관 대표자들이 대거 동행해서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 중앙은행과 핀테크 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3월4일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방문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과 만나 금융 인프라.핀테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인도네시아의 윔보 산토소 금융감독청장과 만나 양국 금융당국 고위급 회의를 정례화하고 금융 인프라와 핀테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핀테크 분야에서 양국 금융당국이 협약을 맺어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지하철이 없고 시내버스 노선이 부족해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5년간 모바일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증해 모바일로 공급과 수요를 즉시 연결하는 스타트업이 크게 늘어났다.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에는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구축돼 전 세계 창업가 1000명 중 1명이 협업공간 ‘Hubud’에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6310만명에 달한다.

2017년 기준 만디리 은행(Mandiri Bank), BCA, BRI 등 인도네시아 대형 시중은행이 진행하는 핀테크와 현지 핀테크 기업의 수를 합하면 약 170여개에 이른다. 그 중 32%는 결제 분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20개의 한국 금융회사들이 진출해 2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줄곧 15% 이상의 높은 자산 증가율을 기록해 왔고 순이자 마진 역시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통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다국적 소비자금융회사인 PT BFI 인도네시아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한국형 '카카오뱅크'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디지털 뱅크를 위한 컨설팅 작업을 마치고 사업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유망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예를 들어 현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합작이나 핀테크 스타트업 업체를 발굴해 지분투자 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는 인도네시아에서 계열사 시너지를 위해, 작년 2월 하나금융티아이의 현지 자회사인 '넥스트티아이'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IT기업인 아나바틱(Anabatic)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이를 바탕으로 현지 핀테크와 국내서 진출한 스타트업들을 도울 예정이다.​

KB금융지주는 은행보다는 비은행 분야의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현지 증권사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계 금융회사들은 현지 법규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미 영위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을 발굴해 상생의 기회를 찾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