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쇼핑센터 & More

디지털 시대 소비자가 원하는 쇼핑몰은?

2017-10-24     박진아 IT칼럼니스트

유독 길었던 올해 추석연휴를 맞아서 휴무 없이 국내 쇼핑몰과 백화점들은 고객을 맞았다. 쇼핑과 테마파크를 결합한 쇼핑 경험을 내세워 올 8월 화재를 모으며 개장한 롯데월드몰과 스타필드 하남은 개장 직후 며칠만에 수 십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10월 19일 고양에서 제2호점을 연 스웨덴의 대중가구 체인점인 이케아는 수 만의 방문객들이 입구에 줄서서 기다리며 입장했을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온라인 마켓과 온라인 몰에서 주문만 하면 집앞 현관까지 배달받을 수 있게된 편의제일주의 시대. 필수 편의점과 식당 외엔 정겹던 옛 동네 상가와 골목길 전문상점들이 조용히 자취를 감춰가는 동안, 21세기 전세계 대도시에 사는 소비자들은 첨단 유행 건축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새 단장한 대형 쇼핑센터로, 메가쇼핑몰로 모여들고 있다.

‘소매업계가 죽어가고 있다?’
현대인은 왜 쇼핑몰로 발걸음을 향하여 그 안에서 소중한 시간과 돈을 소비할까? 『쇼핑몰과 그 밖의 성스러운 장소들』을 쓴 신학사학자 존 팔(Jon Pahl)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미국 문화 속에서 쇼핑몰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정신이 담긴 특유의 성스러운 장소, 즉 일종의 현대판 성전에 비유한다. 성지순례자들이 성지를 관광하고 기도를 하고 설교를 경청하듯이, 현대인들은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고 요즘 유행하는 카페와 레스토랑에 앉아 차나 식사를 하거나 영화감상을 하고 교양강의를 듣고 놀이공원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내기(hang out)' 위해 쇼핑몰로 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보다 크고 보다 기상천외하고 화려한 랜드마크 쇼핑몰을 거닐면서 색다르게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고 새 물건을 구입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등 뭔가 색다른 쇼핑 경험에 목말라있다. 온라인 쇼핑 열풍에서 다소간 권태와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다시금 쇼핑몰 이곳저곳을 탐색하면서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구매결정을 하는 ‘쇼핑하기’의 즐거움을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반영해 대형백화점과 쇼핑몰들은 어떻게 하면 쇼핑하기의 즐거움과 테크가 제공하는 편의를 유려하게 연결시킨 21세기식 리테일 혁신을 이룩할 수 있을까를 고심중이다.

쇼핑몰(shopping mall)은 본래 약 60년전에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만들어낸 소비활동용 건축 모형었다가 오늘날 물질적 풍요로움과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 되었다.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낮엔 도심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교외 자택으로 퇴근하는 중산층 인구가 급증했다. 신개발 교외 ‘베드타운’이 늘어나자 인근 주민들을 위한 종합상업구역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쇼핑몰이다.

초기의 쇼핑몰 또는 쇼핑센터는 동네 중심부 번화가에 옛 전통 장터 구조를 본따 큰 수퍼마켓을 주축으로 해 그 주변에 약국, 구두수선점, 세탁소, 문구점, 서점 등이 응집해 있는 상가 구역(zone)였다. 미국식 쇼핑몰은 경제성장과 소비성향의 증가와 더불어 대형화・다목적화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 메가쇼핑몰이라는 리테일 컨셉으로 진화하여 오늘날 전세계 모든 문화권・언어권을 관통하는 보편적 소비제도이자 대중문화 현상이 되었다.

현대판 장터와 광장이 융합된 다목적 활동 공간으로
당분간 온라인 이커머스는 기술적으로나 디자인 면에서 한층 더 세련화를 거치며 오프라인 쇼핑과 소매업계를 더 갉아먹을 태세로 보인다.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주해 있는 매장들이 온라인 구입 직전 쇼룸과 가격확인소 정도로 전락해가고 있는 요즘, 리테일 업계가 헤쳐나갈 길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의문에 패션 및 리테일 트렌드 전문지인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 따르며 미래의 쇼핑몰은 제1의 장소인 직장, 제2의 장소 가정 다음으로 인간이 균형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데 꼭 필요한 이른바 ‘제3의 장소’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무리 개인주의적이고 테크만능의 시대가 되어 생활이 편리해져도 공동체 의식(ritual)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변치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그에 착안해서 최근 전세계 대도시에서 속속 새로 건설되는 상업/사무/주거용 복합 고층 건물, 운동경기장, 박물관・미술관 건축 디자인 트렌드에서 보듯, 미래의 쇼핑몰 또한 화폐와 재화가 거래되는 장터 역할을 물론 다양한 층의 익명의 대중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여가를 보내는 민주적 소비 시설이자 다목적 실용공간으로 설계되는 추세다.

예컨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두 가지 장점 - 지금 바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해 소유할 수 있는 즉석만족(instance gratification)과 매장 쇼룸이나 이벤트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느낄 수 있는 공간과 물리적 체험(experience) - 을 공략해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마케팅 용어를 빌어 설명하자면 쇼핑몰 건물안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진열과 판매를 포함한 각종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곳, 즉 현실 보다 한결 색다르고 매력있게 조성된 제2의 현실이 펼쳐지는 도심 속 자체완비된 생활 환경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이커머스(e-commerce)로 인해서 재래식 오프라인 소매 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매 편의성(convenience) 면에서 오프라인 쇼핑몰은 인터넷을 능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쇼핑몰은 물리적 소비 매장에서만이 가능한 장점 - 원하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해 가질 수 있는 즉석 만족 체험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매끄럽고 기분 좋게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포지셔닝하라고 웨스트필드 리테일 개발업체는 조언한다. 그리고 상시인파와 유동인구가 많은 체험위주 쇼핑몰을 조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을 응용하라고 당부한다.

1. 디자인과 컨셉이 분명한 푸드코트를 갖출 것. 식품과 음료가 있는 공간은 쇼핑몰에서 하루종일 가장 붐비는 곳이다.
2. 소비자들의 개인 모바일 기기와 각종 SNS 앱과 연결시켜주는 첨단 디지털 테크 서비스와 천연자연의 요소을 결합한 복합적 인테리어를 연출할 것 - 쇼핑몰은 거대한 인공 생태계이자 도심속 자연이다. 최근 세계 대도시에서 개장되고 있는 쇼핑몰들은 유리와 철근을 이용해 벽을 없애서 개방형 공간을 만들고 자연광이 최대한 많이 들이치도록 연출하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자재를 사용하는 추세다.
3. 새로운 오락・엔터테인먼트 행사를 상시 기획하여 상시인파 수를 최대화할 것 - 쇼핑몰 방문객은 꼭 돈을 쓰고 가지 않더라도 매장 디자인에서 깊은 인상과 광고효과를 얻고 간다.
4.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 것 - 특히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가족 단위로 쇼핑몰 방문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5. 상시유동인구 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다녀간 고객이 반복해 재방문하도록 쇼핑몰 동선을 설계할 것 - 피트니스 센터와 수퍼마켓/식당가 사이 통로를 연결시킨다든가 자녀교외활동 프로그램 공간과 전시회나 특별 볼거리 이벤트를 근거리 동선 안에 함께 기획한다. 쇼핑몰은 주변에 아파트가 모여있는 주거밀집구역과 호텔에 인접할수록 유리하다.

“쇼핑은 만사의 일부로 녹아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사가 쇼핑으로 녹아들고 있다.” -『하버드 디자인 스쿨 쇼핑 가이드』(2002년 4월 타셴 출판사 刊) 중에서. 이미 전국민의 절대다수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이려니와 지금부터 약 10년 후면 전세계 인구의 85%가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할 것이라는 인구전문가들의 예측 대로라면 앞으로 쇼핑몰은 더 많이 지어질 것이고 그 안에서 일상만사를 해결하는 쇼핑몰 이용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 짐작된다.

쇼핑몰의 디지털화와 매출에 끼칠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은 다양한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보다 개인모바일 테크와 인터넷 기술이 더 발전할 것이란 가정 아래, 쇼핑몰 건축과 그 안의 물리적 매장들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테크 기기와 융합시키는 개인맞춤형 리테일 디자인의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계절이나 바깥 날씨와 아랑곳 없이 늘 쾌적하고 일관된 환경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미래의 쇼핑몰은 다목적 방문객들이 쇼핑, 일, 공부, 가족과 시간 보내기, 사교활동을 모두 해결하는 생활공간으로 자리잡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