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월은 재선충 방제 골든타임’…소나무 베어내는 충남, 내년 봄 확산 막을 마지막 기회
[녹색경제신문 = 박웅현 기자]소나무가 잘려 나가고 있다. 충남 곳곳에서 재선충병 감염목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림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제거하는 나무가 내년 봄 재선충병 확산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1월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서 중요한 시기다.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는 주로 봄부터 여름까지 성충으로 활동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성충 활동은 대부분 끝나지만, 그렇다고 재선충병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1월의 핵심은 재선충의 활동이 완전히 멈추는 시기가 아니라, 매개충이 나무 밖으로 이동하는 활동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감염목 내부에는 재선충이 남아 있을 수 있고, 매개충 유충도 목질부에서 겨울을 난다. 이들이 이듬해 봄 성충으로 우화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기 전에 감염목을 제거하고 적절히 처리해야 추가 전파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연구에서는 북방수염하늘소의 성충 출현이 대체로 4월부터 시작되고, 솔수염하늘소는 이보다 늦게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기온 상승에 따라 우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충남도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감염목 제거와 예방나무주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작업의 속도와 정확성이다.
충남에서는 지난 5월 말 기준 재선충병 감염목이 13만9922그루로 집계됐다. 태안과 보령, 청양, 서천 등 4개 시군에 피해가 집중됐으며, 최근에는 서산·홍성·예산까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는 올해 상반기 피해고사목 4만 그루를 벌채했고, 하반기에는 6만9000그루를 추가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현장에서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벌채한 나무의 숫자만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감염목을 먼저 제거하고 있는지, 제거된 나무가 규정대로 파쇄·훈증 등 적절한 처리를 거쳤는지, 매개충의 월동 장소가 될 수 있는 감염 우려목까지 관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무를 베어놓고 처리하지 않은 채 현장에 방치한다면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피해목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도 관리가 부실하면 또 다른 확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내년 봄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겨울이 끝나면 매개충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기후변화로 우화 시기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제 일정만 고집한다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올해 겨울 감염목 제거 작업을 얼마나 철저하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봄 확산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충남도는 최근 지역별 방제전략을 마련하면서 피해핵심구역과 전이구역, 경미구역으로 구분한 맞춤형 대응 방침을 제시했다.
방향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전략보고서가 아니다.
감염목이 밀집한 지역에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집중하고, 인접 지역에서는 조기 예찰과 예방나무주사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군 경계를 넘어서는 공동방제가 필요하다.
매개충은 행정구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보령에서 감염목을 제거해도 서산이나 홍성의 감염 위험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충남도가 내년도 방제사업에 요구한 국비 200억 원 가운데 정부 예산안에 직접 반영된 금액은 63억 원이다. 나머지 137억 원은 추가 지원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방제 예산 2000억 원 규모의 확대와 국가 부담 비율 90%를 요구하는 이유도 재정 부족이 실제 방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지원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감염 확산 위험이 높은 곳에 우선 투입하고, 방제 이후 실제로 신규 감염이 감소했는지 검증하는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생활권 소나무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파트와 주택가의 고사목에 대해서는 홍보 전단 배포를 넘어 신속한 진단과 제거, 비용 부담에 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
11월의 산림은 겉으로 조용하다. 하지만 감염목 내부에는 내년 봄 또 다른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남아 있다.
지금 충남도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감염목을 정확히 찾아내고, 매개충이 우화하기 전에 신속하게 제거·처리하며, 방제가 끝난 지역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내년 봄이 되면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소나무를 베었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소나무를 지켜냈는지가 방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돼야 한다.
11월은 재선충병의 위험이 사라지는 계절이 아니다. 내년 봄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방제의 시간이다. 충남도가 지금 놓쳐서는 안 될 것은 고사목 한 그루가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는 다음 확산의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