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0만 시대’ 충남, 노동·인권·정착 지원 새판 짠다
‘외국인주민도 충남의 당당한 구성원’ 첫 세계인의 날 행사 700여 명 화합 ‘천안 출입국사무소 승격·인권 옴부즈맨’ 행정 불편 해소와 노동권 보호 강화 ‘아산 신창·둔포 다문화 특화거리’ 2030년 정주 외국인 30만 명 시대 준비
[녹색경제신문 = 박웅현 기자]충남도가 외국인주민을 단순한 노동력이나 체류 인구가 아닌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노동 인권부터 행정서비스와 자녀 교육까지 아우르는 정착 지원체계 구축에 나섰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축구공 하나로 어울리고, 언어가 달라도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공감대를 나누는 자리가 아산에서 펼쳐졌다.
7일 아산시 둔포 중앙공원에서 열린 ‘제1회 충청남도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에는 박수현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도의장과 도교육감, 대학·기업 관계자,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결혼이민자, 재외동포, 지역주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충남도가 세계인의 날을 맞아 독자적으로 마련한 첫 기념행사다. ‘위통(WE通), 다른 언어 같은 마음’을 주제로, 국적에 관계없이 지역의 일상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했다.
기념식에서는 충남에 정착한 외국인주민들의 생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낯선 환경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가정을 꾸려온 이들의 삶이 행사 참석자들과 공유됐다.
지역사회 정착과 주민 화합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표창이 수여됐고, 참석자들이 함께한 ‘하나의 충남’ 퍼포먼스에서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넘어 같은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박 지사의 시축으로 시작된 ‘세계인 축구 올스타전’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한 경기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국적이나 언어보다 함께 뛰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 교류 이상의 정책적 과제도 안고 있다.
충남은 제조업과 농업, 대학 등에서 외국인 인력과 유학생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도내 외국인주민은 16만9245명으로, 주민 대비 비율이 7.6%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외국인주민 수는 세 번째로 많고, 인구 대비 비중은 가장 높았다.
충남도가 내건 목표는 2030년 정주 외국인 30만 명 시대다. 2024년 집계와 비교하면 약 13만 명 이상 늘어난 규모로, 외국인주민이 지역의 산업과 인구구조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는 행정서비스의 접근성과 노동 현장의 권익 보호, 주거·교육·돌봄 지원체계 전반에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도는 우선 충남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천안 승격을 추진해 체류 관련 행정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외국인주민이 행정 절차를 처리하기 위해 겪는 이동과 상담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과 부당한 대우, 인권침해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남형 외국인 옴부즈맨’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특히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외국인 인권 옴부즈맨은 기존 상담과 민원 처리체계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활권 중심의 정착 지원도 확대된다.
외국인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아산 신창·둔포 일대에는 다문화 특화거리를 조성해 지역 상권과 문화교류를 연결하고, 내·외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생활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결혼이민자와 이주배경 자녀를 위한 교육·돌봄 지원도 강화한다. 부모의 출신 국가나 언어 차이로 자녀들이 교육과 지역사회 적응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외국인주민에게는 체류 행정과 언어 장벽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긴다.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이용하고, 노동 현장의 부당한 처우를 상담할 통로가 마련되며, 자녀의 교육과 돌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를 매년 정례화하고, 외국인주민 지원정책을 일회성 교류 행사에서 실질적인 정착 지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승격은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옴부즈맨 제도 역시 상담과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 배움의 꿈을 키우는 유학생,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자녀까지 모두 충청남도의 일원”이라며 “여러분의 땀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여러분의 꿈과 재능이 충남의 기회와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고 각자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세계와 통하는 충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