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물가 압박에...영국, 3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 연 4%로 인상

기준금리 3.75%→4.00%로 0.25%p 인상...2023년 8월 이후 처음 통화정책위원 9명 전원 인상 지지...8명 0.25%p·1명 0.50%p 주장 중동 전쟁 장기화에 에너지 가격 급등...9월 소비자물가 3.5% 상승 영란은행, 내년 2분기 물가 상승률 4.9% 전망...경기 회복세도 인상에 영향 베일리 총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12월 통화정책 결정 주목

2026-11-06     이준성 기자
파운드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영란은행은 내년 중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영란은행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3.75%에서 4.00%로 0.25%포인트(p) 인상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는 통화정책위원 9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이 가운데 8명은 0.25%p 인상을 지지했으며, 나머지 1명은 0.50%p 인상을 주장했다. 인상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적정 인상 폭을 놓고 의견이 나뉜 셈이다.

앞서 영란은행은 2023년 8월 기준금리를 당시 15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까지 올린 바 있다. 이후에는 금리 동결과 인하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0.25%p 인하한 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처럼 통화정책 방향을 바꾼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불안이 자리한다. 지난 2월 시작된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고, 에너지 비용 증가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영란은행의 판단이다. 실제로 영국의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영란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 폭도 상당하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15영업일간 브렌트유 최근월물 선물가격은 배럴당 평균 108달러로, 중동 전쟁 이전인 올해 2월 보고서 작성 당시보다 약 70% 높았다. 영국 도매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향후 전망기간 평균 기준으로 지난 2월 보고서 작성 당시보다 약 120% 높았다.

영란은행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내년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9월 1.3%였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내년 중반 약 4.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과 다른 상품 가격에 미치는 2차 파급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판단에는 예상보다 양호한 영국 경제의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5% 증가했으며, 영란은행은 3분기에도 0.7%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인 2분기 0.3%, 3분기 0.1%를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긴축 필요성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이번 인상을 연속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도, 중동 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이 마지막 인상은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향후 에너지 가격과 물가 흐름, 경제활동 등을 살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 통화정책 결정은 다음달 17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