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휴머노이드, 중국산보다 뛰어날까…로봇업계 '성능 논쟁' 점화

국내 개발사 "중국산은 산업용으로 한계"…유통사 "성능 격차 크지 않아" 국산 휴머노이드 10여개 기업 상용화 시동…향후 1~2년 현장 검증이 관건

2026-11-06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올해를 기점으로 국산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중국산 제품과의 기술 격차 및 상용화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사들은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은 높지만 산업현장에 투입하기에는 성능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들은 산업용 성능에서도 중국이 앞서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가운데 국내 로봇업계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6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체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한 로봇 전문기업은 10곳 안팎으로 파악된다. 현대차·LG전자·삼성전자 등 대규모 캡티브 마켓(계열사 내부시장)을 통해 기술 검증이 가능한 대기업을 제외한 숫자다. 이들은 물류·제조·연구개발 등 각기 다른 산업 수요에 맞춰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1~2년 내 현장 실증을 통해 시장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산 휴머노이드는 크게 이족보행형과 하부에 자율이동로봇(AMR)을 결합한 바퀴형으로 구분된다. 이족보행형은 사람과 유사한 이동 능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바퀴형은 이동 효율과 작업 안정성을 높여 제조·물류 현장에 조기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로는 로보티즈의 'AI사피엔스'와 로브로스의 '이그리스'가 대표적이다. AI사피엔스를 대학과 기업 연구용으로 우선 공급하면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자체 액추에이터 개발·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휴머노이드 평균 가격보다 공급가를 크게 낮춰 향후 양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로브로스는 이그리스를 실내 물류작업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 대기업과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아직 산업 현장 전방위에서 요구하는 고도의 방수·방진 성능까지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상용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하부에 AMR을 결합한 휴머노이드다. 이족보행에 비해 이동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고 구동시간과 가반하중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계단이나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평탄한 제조·물류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제성과 작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플랫폼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Y' 시리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구용으로 공급하던 RB-Y1의 후속작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RB-Y2'를 선보였다. 올해 말 생산 예정인 초도물량은 약 20대로, 이미 전량 사전예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가격은 2억원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실제 산업현장 투입을 고려한 기업들의 초기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조선 및 중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RB-Y2 실전 투입 레퍼런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뉴로메카와 티로보틱스도 AMR 기반 휴머노이드를 앞세워 산업현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뉴로메카는 자체 개발한 피지컬AI 프레임워크 'PSF(Physical Skill Foundation)'를 휴머노이드 '나미(NAMI)'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처음 접하는 물체도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인식하고 조작하는 제로샷(Zero-shot) 기술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티로보틱스는 자체 AMR 기술과 정밀 제어 기술을 결합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티알웍스(TR-WORKS)'를 개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라인의 공정 간 물류 이송과 적재 작업에 특화된 모델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피지컬AI 기반 다크팩토리 실증 플랫폼 '카이로스(KAIROS)'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로봇기업들이 산업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휴머노이드는 이미 대량 생산과 공급망 확대를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춘 상태다. 이에 국내 개발사들은 가격보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구동 성능과 내구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연구개발용으로는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가반하중과 장시간 작업 능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휴머노이드는 가반하중, 배터리 가동시간, 발열관리 등 모든 면에서 산업용으로는 무리가 있다"며 "액추에이터 성능이 결국 휴머노이드 전체 성능의 큰 차이로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뒤처진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들은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들이 연구용과 산업용 제품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구용 모델의 성능만으로 중국산 휴머노이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총판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산 휴머노이드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클로보 자회사 로아스는 중국 유니트리(Unitree)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으며, 아이엘 산하 아이엘로보틱스는 애지봇(AgiBot)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

로아스 관계자는 "가장 많이 배포된 유니트리 G1은 연구용이고 H2가 산업용이다. H2는 두 팔로 10kg까지 들 수 있어 물류 업무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슈 때문에 국산 휴머노이드 개발도 필요하지만 중국 휴머노이드 성능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국산과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은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검증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국산 휴머노이드 개발사들이 향후 1~2년을 상용화의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중국산 대비 높은 공급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작업 생산성과 운영 안정성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