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MSCI 회장과 10년 만에 재회…ESG금융 '67조' 쌓았지만 '질적 관리' 숙제

임종룡 회장,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 면담…기후변화·AI 대응 방향 논의 2016년 금융위원장 시절 '선진지수 편입' 요청 이후 10년 만의 만남 ESG금융 누적 67조원…2030년 100조원 목표의 67% 달성 "공급 규모보다 구성·성과 공시가 관건" 지적도

2026-11-06     박지안 기자
우리금융지주.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을 만나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MSCI는 우리금융에 3년 연속 ESG 최고등급을 준 평가기관이다.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지수 산출기관이기도 하다. 정부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만남이라는 점에서, 우리금융이 ESG금융 100조원 목표를 어떻게 채워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 회장은 전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페르난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했다. MSCI는 주가지수 산출과 기업 ESG 평가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투자정보 기업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1998년부터 MSCI를 이끌고 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금융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의 창립 이념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本)'을 소개했다. 또 우리금융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ESG금융을 중심으로 기업과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장 시절 "이미 선진국 수준" 강조…10년 만의 재회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위원장이던 임 회장은 2016년 1월 페르난데스 회장을 만나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촉구했다. 당시 임 위원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발전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증시는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다. MSCI는 지난 6월 '2026년 연례 시장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선진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 역외에서 원화 환전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새로 도입된 공매도 체계도 운영상 부담이 있다는 이유였다. 증권가는 실제 선진지수 편입이 빨라야 2029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SG금융 누적 67조…남은 33조 '무엇으로' 채우나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ESG금융 100조원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ESG금융 지원액은 67조1500억원으로 목표의 67.2%다. 누적액은 2021년 11조7200억원에서 2024년 54조9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만 13조600억원이 새로 공급됐다. 지금 속도라면 산술적으로 2028년 중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다.

외부 평가도 좋다. 우리금융은 MSCI ESG 평가에서 2023년부터 3년 연속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다. 2024년 평가에서는 친환경 금융 항목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앞으로 10년간 정부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을 포함해 총 100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K-GX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이에 맞춰 기업의 저탄소 전환과 녹색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녹색금융 업무에는 AI도 활용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 최초로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해 키워드만 입력하면 기업 활동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해당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녹색여신을 올해 9월 말까지 1조8000억원 공급했다.

남은 숙제도 있다. 우리금융 ESG금융은 여신과 채권이 90% 넘게 차지하고, 투자·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운용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공시된 정보만으로는 녹색금융, 전환금융, 사회적 금융이 각각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비중이 커질 전환금융의 적격성을 판단할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올해 하반기에 마련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100조원 목표를 얼마나 빨리 채우느냐보다 무엇으로 채우고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다음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MSCI 회장과의 만남이 '양'보다 '질'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임 회장은 "이번 면담은 기후변화와 AI 등 글로벌 금융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며 "우리금융은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고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과 생산성 향상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ESG금융 전문가는 “ESG금융의 성과를 단순히 공급액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자금이 실제 어떤 분야에 투입됐고, 얼마나 실질적인 환경·사회적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융지원 규모뿐 아니라 투자·대출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과 감축 실적,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 측정과 공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