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대만 신규 공장 건설 중단…성과급 갈등에 HBM 증설 차질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에 노사 대립…2028년 생산 목표 불확실 타오위안 Fab 11E 공사 중단 통보…30억~45억달러 투자 계획 제동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대만 노조와의 임금·성과급 갈등으로 현지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사실상 중단했다.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HBM과 첨단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도 변수가 생겼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경영진은 대만 북부 타오위안시에 건설 중인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 'Fab 11E'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대만 정부와 현지 협력업체에도 공사 중단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착공한 프로젝트가 노사 갈등으로 수개월 만에 멈춰 선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 배분이다. 마이크론이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로 실적을 크게 개선하자 대만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을 성과급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사례를 거론하며 글로벌 영업이익의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장해 왔다.
마이크론은 지난 10월 대만 내 주요 노조와 엔지니어 보상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일부 엔지니어의 연봉을 기존 대비 2~3배 높이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서 합의안에 대한 이견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타이중 노조와 타오위안 노조 간 입장 차이도 변수로 작용했다. 타오위안 노조는 기존 합의를 무효화하고 성과급 배분 기준을 다시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건설을 중단한 Fab 11E는 대만 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투자 프로젝트다. 당초 30억~45억달러(약 4조~6조원)를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ASML의 첨단 노광장비를 도입해 HBM과 차세대 D램을 생산하고 2028년부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공사 중단은 마이크론의 대만 생산거점 확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은 마이크론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60%를 담당하는 핵심 제조기지다. 마이크론은 지난 수십 년간 대만에 약 50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지 고용 인원은 1만5000명에 이른다. 대만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신규 공장 건설 지연이 장기화하면 현지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로 공급능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마이크론 역시 차세대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해 왔다. 신규 공장 건설이 지연되면 마이크론의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기존 대만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당장 메모리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론은 대만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등 자국 내 제조시설에 향후 2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생산 및 후공정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내 신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산거점 다변화의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마이크론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공사 중단 여부나 재개 일정은 밝히지 않았으며, 성명을 통해 "글로벌 거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만에서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사 중단이 마이크론의 대만 핵심 제조 허브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신규 공장 건설 지연을 넘어 마이크론의 글로벌 생산능력 배분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