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서울대 특강 '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대한민국 비전'...뉴 캐피탈리즘 등 해법 4가지
- 반도체주 급락 관련 "과잉 유동성에 작은 충격도 증폭" - 메가프로젝트 언급 “AI 경쟁, 이런 베팅없인 못 쫓아가”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과 관련 "중간선거 하나에도 시장이 와장창 반응하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며 "롤러코스터가 계속된다는 걸 머릿속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종섭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한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에는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생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이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과 만난 것은 2022년 4월 강연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그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답변했다.
최태원 회장은 "중간선거가 어떻게 됐든 '우리와 무슨 관계냐'고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오늘 주가가 많이 떨어진 걸로 봐서는 중간선거 결과가 반도체에 별로 좋지 않았다고 시장이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별 의미가 없다"며 "많은 사람이 불안을 이렇게 드러내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서 민주당이 텍사스와 조지아 등 AI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AI 인프라 확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4일과 5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및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급락했다. 특히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4%내린 51523.06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4.36% 내린 7353.7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52% 내린 2만4315.00에 각각 거래됐다.
국내 반도체주도 급락해 이날 삼성전자는 7.57% 내린 20만1천500원에, SK하이닉스는 9.46% 하락한 126만4천원에 각각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오늘(6일)도 미국 시장 영향으로 하락세가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배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과잉 유동성을 지목했다. 특히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요 국가가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섰고, 코로나19 당시에는 더욱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미 돈은 너무 많이 풀렸다"며 "AI가 돈이 된다고 하니까 너무 많이 들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가 오른다고 하니까 한꺼번에 몰려가서 사버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정이 들어오면 혼란이 생기고 너무 많이 올라간 만큼 너무 많이 빠지기도 한다"며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투자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점도 꼽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 "그때 저도 '이거 이렇게 발표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투자 발표를 하겠다고 한 게 2100조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200조원만 투자한다고 해도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10배가 넘어갔다"며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고 돈의 크기와 개념도 너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전 세계가 이 게임에 들어와 있다"며 "우리도 이렇게 베팅하지 않고서는 쫓아갈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강연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기존 글로벌 분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 '뉴 캐피탈리즘'(신자본주의) ▲ 'AI 네이티브 국가' ▲ 한일 경제연대를 통한 '확장 옵션' ▲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신자본주의는 민간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창출한 가치를 측정하고 금전적으로 보상하자는 구상이다. AI 네이티브 국가는 나라 시스템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해 노동과 교육 체계를 바꾸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한·일 경제협력 확대와 관련 "양국 경제가 연계되면 약 6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을 형성해 성장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대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