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어로, 글로벌 항공 제조기업 도약…최대주주 엑시트는 변수
Bell 공급단가 인상·자체 제작 확대…공모자금 203억 생산시설 투입 최대주주 조합 만기 2031년…후속 출자 여력·경영 연속성 변수 CB 전환가 4492원…상장 직후 전환주식 106만주 매도 가능
[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기자] “치공구부터 부품·구조물까지 연결하는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과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상장을 계기로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고 복합재·우주·무인기로 사업영역을 넓혀 글로벌 항공우주 종합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손창환 하나에어로다이내믹스 대표이사는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항공기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공급 품목과 해외 고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헬리콥터 제조사 Bell과의 장기 거래를 성장 기반으로 삼고, 공모자금을 대형 판금설비와 공장에 투입해 부품 생산능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대주주가 '엑시트'(투자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조합이라는 점은 장기적인 지배구조 변수다. 회수 시점과 매각 상대방에 따라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을 이끌 지배주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Bell 공급 확대·대형 판금 투자…우주·무인기로 성장축 확장
하나에어로는 2007년 설립된 항공 제조기업이다. 항공기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해 가공·조립하도록 돕는 치공구를 설계·제작하고, 부품 가공과 기체 구조물 조립까지 수행한다. 2022년 대신항공산업 인수로 조립사업을 확대했으며, 원자재 조달부터 치공구 제작, 부품 생산, 조립·도장까지 연결한 생산체계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주요 고객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헬리콥터 제조사 Bell이다. 2023년 Bell과 직수출 계약을 맺고 이듬해부터 Bell 412 헬리콥터 동체 구조물을 본격적으로 양산·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최대 120대의 동체 구조물을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공급품목의 단가를 약 15% 높이고, Bell이 제공하던 일부 부품도 자체 제작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내년부터 단가를 15% 인상시켰다”며 기존 품목의 가격 인상과 자체 제작 확대를 반영하면 Bell 사업 매출이 올해를 100으로 봤을 때 내년에는 145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외형과 수익성은 최근 함께 개선됐다. 매출액은 2023년 145억5000만원에서 2025년 332억9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억8000만원에서 49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205억9000만원, 영업이익 48억3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 23.5%를 기록했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생산계획이 확정된 수주잔고는 551억5000만원이다.
상장 이후에는 대형 판금설비를 확보해 부품사업을 키운다. 금속판을 성형해 만드는 항공기 외피·구조 부품의 대응 범위를 소·중형에서 대형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 하단 기준 순유입액 약 202억8000만원 가운데 대형 판금 성형설비에 100억5000만원, 열처리·후가공 설비에 20억4000만원, 공장 신축과 기타 설비에 81억9000만원을 투입한다.
손 대표는 “대형 설비와 시설을 갖춰 항공사들의 판금 수요에 대응하려고 한다”며 “부품 생산을 확대해 치공구·조립·부품사업 간 매출 구성을 고르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복합재와 우주·무인기 분야로 제조영역을 넓힌다. 복합재 부품 제작용 치공구를 공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물 생산역량을 확보하고, 누리호 등 발사체 관련 치공구에서 부품 제조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관한 무인기 국내생산 협력 양해각서(MOU)에도 참여했다.
최대주주 후속 지원·경영 연속성 과제…CB 전환주식 매물도 부담
상장 이후 살펴볼 부분은 최대주주의 투자 회수다. 최대주주는 유일기술투자가 운용하는 유일성장기업구조혁신 신기술투자조합으로, 공모 후 지분 46.27%를 보유한다. 조합 만기는 2031년 말이며 최대주주 주식의 의무보유기간은 상장 후 2년 6개월이다.
상장 전 이뤄진 투자 유치에서도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둔 회수 장치가 마련돼 있다. 지난해 발행한 18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는 올해 5월 전액 주식으로 전환됐지만,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같은 조건으로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도요청권(태그얼롱)이 있다. 매수자가 사려는 물량이 전체 매도 희망 물량보다 적으면 최대주주보다 CB 투자자의 주식을 먼저 매각하는 우선매각 조건도 붙었다. 최대주주의 지분 처분과 기존 투자자의 동반 회수를 상정한 구조다.
손 대표는 최대주주의 향후 엑시트 가능성에 대해 “엑시트는 할 것”이라면서도 “회사의 발전 속도에 맞춰 당장 엑시트할 생각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만기는 2031년이지만, 조합원 동의가 있으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주주의 향후 투자 회수는 자금 조달과 경영전략의 연속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에 추가 자금이 필요해도 조합의 투자기간이나 자금 여력에 따라 지원이 제한될 수 있으며, 향후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체에 따라 경영진 구성과 사업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최대주주의 후속 출자 여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합의 신규 투자기간과 추가 자금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차진욱 부사장은 “조합 전체의 잔여 약정액이나 규약상 후속 투자 가능 범위는 알지 못한다”면서 “유일기술투자 쪽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적정 금액만 투자받고, 이후에는 직접 영업이익을 창출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최대주주의 엑시트 시점은 회사 매출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는 2031년 전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투자자의 상장 후 매물 출회 가능성도 있다. CB 전환가는 4492원으로 희망 공모가(4700~5700원)보다 낮다. CB 전환으로 발행된 주식은 총 400만7119주로 상장 예정 주식의 약 22.60%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106만5381주(약 6.01%)는 상장 직후부터 매도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투자자별 보호예수 종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한편, 하나에어로는 이번 상장에서 신주 44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기준 공모 규모는 약 207억~251억원이다. 오는 6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0~11일 일반청약을 거쳐 20일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대표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