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구속영장 신청...개인 사법리스크 넘어 농협 개혁 시험대
뇌물·공급 유용 의혹... 금품수사 1년 만에 중대고비
[녹색경제신문 = 이정환 기자]
경찰이 14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1년여간 이어진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공소청의 영장 청구 여부와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농협의 조직 쇄신과 지배구조 개편 요구도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전날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신청했다. 다만 공소청은 아직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강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후 올해 4월 첫 소환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과 29일에도 강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핵심 혐의는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거래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의혹이다.
당시 강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게 예상되던 상황에서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가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한 혐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업체 측이 향후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했는지, 금품과 강 회장의 직무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금 유용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농협중앙회 일부 부서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금으로 고가 답례품을 구매해 회장실과 부회장실 등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관련 예산의 집행 경위와 강 회장의 관여 여부 등을 조사해왔다.
강 회장의 장모상 당시 수억원대 부의금을 받은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장례식에서 농협 전·현직 임직원과 관계자들이 전달한 부의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부의금이 인사나 사업 관련 직무와 연결된 대가로 확인될 경우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농협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잇따르면서 정치권과 정부의 농협 개혁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과 중앙회장 권한 견제, 금품선거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 기능을 수행할 별도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중앙회장이 자회사와 지주 등의 인사·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앙회장 선거제도 역시 기존 조합장 중심의 선출 방식에서 전체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농협은 전국 농·축협과 중앙회, 금융·경제 계열사를 아우르는 거대한 조직인 만큼 중앙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조직 운영 전반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회장 리더십과 의사결정 체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의 통제 시스템과 권한 집중 이슈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면서 "회장 개인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농협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경영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