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월드2026] 로보티즈·로브로스 '소버린 휴머노이드' 노린다

이족보행·정밀 조작 기술 앞세워 물류·제조시장 공략 중국산 대비 작업 성능, 미국산 대비 제조원가 경쟁력

2026-11-04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산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물리적 구동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낮은 가격과 미국 기업들의 앞선 인공지능(AI) 기술 사이에서 국내 기업들은 정밀한 작업 수행 능력과 부품 공급망 경쟁력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제조 현장의 기술 유출 우려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중국산 로봇 도입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국산 휴머노이드의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6'에서는 로보티즈와 로브로스가 자체 개발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두 기업은 국내에서 휴머노이드의 보행과 물리적 동작 구현 능력이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물류·제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상용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로보티즈는 자체 액추에이터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티즈는 이날 자체 개발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사피엔스'의 군무 시연을 선보였다. 최근 글로벌 로봇 전시회에서 휴머노이드의 군무는 익숙한 장면이 됐지만 이날 로보티즈 부스에는 시연을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그동안 국내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군무 시연 상당수가 중국산 로봇을 활용한 것이었던 만큼 국산 기술로 구현한 시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로보티즈가 강조하는 경쟁력은 로봇의 관절과 구동부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다. 휴머노이드의 보행과 정밀한 물리적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액추에이터의 출력과 제어 정밀도뿐 아니라 반복적인 작업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중요하다.

로보티즈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액추에이터 설계·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로보티즈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뛰어나지만 일부 제품은 액추에이터의 완성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며 "과격한 시연을 하고 나면 로봇 자체를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보티즈는 자체 생산한 고품질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전방위에 투입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브로스는 물류 분류와 반복적인 제조 작업 등 실내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는 조작 업무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범용 휴머노이드가 장기적으로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요구 수준이 낮고 반복 작업 수요가 많은 실내 산업 현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로브로스는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가반하중(페이로드)과 작업 수행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물류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걷거나 물체를 집는 수준을 넘어 일정한 무게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운반하고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로브로스 관계자는 "범용성을 갖춘 실내용 휴머노이드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며 "실외용은 방수·방진과 발열 관리 등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 반면 실내용은 수요가 많으면서도 요구되는 사양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실증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정부 연구 지원비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올해부터는 기업 PoC가 늘어나면서 실제 산업향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 각각 가진 약점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 휴머노이드는 대규모 부품 공급망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을 구현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작업 성능과 장기 운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AI 소프트웨어와 로봇 지능 분야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하드웨어 제조원가가 상용화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휴머노이드와 국내 제품의 가격 차이가 5배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로봇 지능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앞서 있지만 하드웨어 부품 공급망과 양산 기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은 자체 핵심 부품 제조 역량과 국내외 부품 조달망을 활용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인도 국산 휴머노이드의 성장 기회로 거론된다. 북미와 유럽 등 중국과 기술·안보 분야에서 긴장 관계에 있는 시장에서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국내 휴머노이드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자국 또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기술과 공급망을 활용하는 이른바 '소버린 로봇' 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