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中 다롄 공장 증설 허가 난항…美 뉴욕 투자에도 변수
미 상무부, 생산능력 확대용 장비 수출 승인 보류 솔리다임, 다롄 수익으로 450억달러 美 공장 투자 추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공장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 허가를 보류하면서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 계획에도 변수가 생겼다. 중국 사업을 통한 수익을 미국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SK하이닉스의 구상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4일 로이터통신 보도와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의 빈 공간인 모듈 B(Mod B)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 미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요청했으나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허가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이후 미 상무부 관계자들과 10차례 가까이 회의를 진행했다. 8월 말에는 공동 CEO인 리처드 친 등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프리 케슬러 차관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 회의에서도 케슬러 차관은 생산능력 확대나 시설 개선을 위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추가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기존 생산시설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2027년분 장비 수출 허가에 대해서는 별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롄 공장 증설 여부는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솔리다임은 중국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확대해 확보한 수익을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사업의 수익성이 미국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과 직결되는 구조다.
솔리다임은 뉴욕주 마시(Marcy)에 약 45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낸드플래시 공장 2곳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 확대를 억제해야 하는 상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을 통한 미국 투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에 미국산 장비가 활용되는 것은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5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하던 포괄 허가(VEU)를 철회하고 연간 단위 수출허가를 받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지난 2025년 12월에는 2026년분 반도체 장비 반입을 수량 제한적으로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다롄 공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장비 반입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를 각각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기조가 유지될 경우, 중국 사업의 생산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미국 투자 재원 확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SK하이닉스로서는 기존 생산시설의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미국의 투자 계획과도 연계해 장비 반입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