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텍사스서 삼성전자와 맞붙나…셔먼에 새 생산거점 검토

셔먼 신규 생산거점 후보 부상…450억달러 투자 프로젝트도 거론 TI·글로벌웨이퍼스·KYEC 포진…대만계 공급망 활용 가능성 주목

2026-11-03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TSMC가 미국 텍사스주 셔먼을 신규 반도체 생산거점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삼성전자와의 미국 내 파운드리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를 중심으로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가운데, TSMC까지 텍사스에 진출하면 고객사 확보와 현지 공급망 구축을 둘러싼 양사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텍사스주 그레이슨카운티에 위치한 셔먼을 미국 내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TSMC와 셔먼시는 대규모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를 위한 부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개발 관련 내부 문건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은 약 45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하고, 향후 6년간 약 5000명을 고용해 2029년 말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투자 주체로 TSMC가 거론되고 있다.

TSMC는 텍사스 추가 진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태다.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주요 고객사들의 추가 생산능력 확보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텍사스에 실사팀을 파견해 투자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의 검토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와의 미국 내 생산거점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셔먼은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약 300㎞ 떨어져 있다. 기존에 TSMC의 미국 생산기반이 애리조나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집중하는 구도였다면, TSMC의 추가 진출로 양사의 사업 영역이 같은 주 안에서 맞닿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37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제조장비 반입과 가동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두 번째 공장 건설에도 착수해 2030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TSMC]

양사의 경쟁은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현지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AI 반도체 고객사의 생산 주문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숙련된 엔지니어와 건설 인력,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 주정부의 세제 혜택까지 투자 성과를 좌우할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TSMC가 셔먼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북부 텍사스에 자리 잡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생산기반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셔먼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최대 400억달러를 투자해 300㎜ 웨이퍼 공장 4곳을 건설하고 있다. TI는 TSMC 창립자인 모리스 창이 과거 근무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대만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도 셔먼 인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300㎜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련된 것이다.

후공정 분야의 공급망도 북부 텍사스 주변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반도체 테스트 업체 KYEC는 포트워스에 약 1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엔비디아 AI 반도체 테스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북부 텍사스는 웨이퍼 소재부터 전공정, 후공정까지 연결되는 반도체 생산기반을 갖추게 된다.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업체와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소재 조달 및 생산 과정에서 협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를 중심으로 자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온 것과 달리, TSMC는 북부 텍사스에 이미 진출한 대만계 협력업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공급망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투자 지역과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TSMC의 텍사스 진출이 현실화하면 양사의 경쟁은 파운드리 수주를 넘어 현지 반도체 생태계와 생산 인프라 선점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텍사스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기존 협력업체들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현지 공급망 구축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고객사 확보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와 협력업체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