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8800억 규모 AI 서버용 MLCC 공급…올해만 누적 '5.2조'

올해 8번째 장기공급계약 체결…LTA로 내년 매출 과반까지 50여 개 고객사와 계약 체결·추진…'AI MLCC 법칙' 가시화

2026-10-30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기가 글로벌 대형기업과 8800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로, AI 서버 시장 성장에 대응해 중장기 공급 물량과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8793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오는 12월 21일부터 2027년 12월 21일까지 1년이다. 올해 공시된 MLCC 장기공급계약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올해 공시한 8번째 장기공급계약이다. 지난 5월 이후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인덕터, FC-BGA 등 주요 부품을 대상으로 계약을 이어왔다. 올해 장기공급계약 누적 규모는 공시 기준 약 5조18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기는 현재까지 50여 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7년 MLCC 매출의 과반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사의 중장기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AI 서버용 MLCC 수요 증가세는 당초 예상보다 가파르다. 삼성전기는 지난 28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AI 서버용 MLCC 수요가 올해보다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분기 제시했던 7배 이상에서 전망치를 높인 것이다. 차세대 AI 서버 출시와 GPU·주문형 반도체(ASIC)의 성능 향상이 수요 확대를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기

AI 서버용 MLCC는 GPU와 ASIC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순간적인 전압 변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의 다이(Die) 수가 늘어나고 전력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용량의 MLCC가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고도화에 따라 GPU·ASIC당 요구되는 MLCC 용량이 매년 약 2배씩 증가하는 현상을 'AI MLCC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수요 확대는 제품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3분기 MLCC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1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AI 서버용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가격 협상 환경도 공급업체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글로벌 주요 MLCC 업체의 북미향을 포함한 주요 공급업체 주문출하비율(Book-to-Bill)은 무라타 1.30, 삼성전기 1.31, 다이요유덴 1.25를 기록했다. 주문출하비율은 수주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지표로, 1을 넘으면 출하보다 신규 주문이 많다는 의미다. 삼성전기를 비롯한 주요 업체의 수주가 출하를 웃돌면서 고부가 MLCC 시장의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생산라인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본격적인 매출 기여는 2028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현재 계획된 증설만으로 고객사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추가 투자 시기와 규모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는 2025년 14억달러에서 2030년 58억달러로 연평균 약 34%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고성능·고신뢰성 MLCC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