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NPU 점검] AI서버 투자 느는데···GPU만 찾는 기업들①
피지컬AI 확산에 학습 수요 장기화…NPU 시장 확대 더뎌 리벨리온·퓨리오사AI 대규모 투자유치로 장기전 대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피지컬AI 산업의 성장과 에이전틱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더딘 모습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서버 구축 계획은 여전히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피지컬AI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AI 학습 수요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추론에 특화된 국산 NPU의 시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국내 주요 서버용 NPU 기업들은 올해 매출 성장이 예상되지만 영업손실 등 수익성 지표의 뚜렷한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엔비디아가 구축한 GPU 중심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올해 에이전틱AI 수요가 확대된 데 이어 피지컬AI 산업까지 가세하면서 기업들의 AI 서버 증설 필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LG CNS,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등 AI 인프라 기업뿐 아니라 현대차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들도 AI 연산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AI 인프라 투자 방향이 대부분 GPU 확보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GPU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반면, 국내 NPU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추론 연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거대언어모델(LLM)의 학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AI 서비스 운영을 위한 추론 수요가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력 효율과 추론 성능을 앞세운 NPU가 GPU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피지컬AI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도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기존 생성형AI와 달리 로봇과 자율주행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는 실제 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학습과 성능 고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지컬AI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과 산업용 로봇이 복잡한 제조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소 5년 이상 추가적인 학습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피지컬AI 기업들이 조달 자금의 주요 사용처로 GPU 등 AI 연산 인프라 확보를 제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경제성 면에서도 NPU가 GPU 대비 크게 우위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국내 AI 인프라에 활용되는 엔비디아 H200의 경우 개당 거래가격이 약 3만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의 NPU는 제품 가격만 놓고 보면 고성능 GPU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GPU와 동등한 처리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요 수량이 많아 실제 서버 구축비용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NPU 기업 내부 관계자는 "개당 가격은 NPU가 확실히 저렴하지만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한 NPU 개수와 기존 GPU에 종속돼있던 소프트웨어를 NPU용으로 변환하고, 검증하기 위해 드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실질적인 가격 격차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성비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AIDC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워낙 크다보니 전성비는 고려대상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3세대 모델의 경우 선단공정이 들어가고, 그간의 개발비 회수를 위해 가격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격 격차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언이다.
GPU의 높은 중고시장 유동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꼽힌다. GPU는 이미 폭넓은 고객층과 거래시장이 형성돼 있어 서버 교체나 설비 투자 회수 과정에서 잔존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NPU는 중고 거래와 재판매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쏘렌토처럼 대중적으로 검증된 모델이 꾸준히 선택받는 것은 가격뿐 아니라 나중에 되팔기 쉽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며 "서버 역시 초기 투자금액이 큰 만큼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NPU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리벨리온은 올해 상반기 프리IPO를 진행하며 6400억원을 투자받았고 총 기업가치로 3조4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리벨리온은 2027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올해 4분기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이달 시리즈D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쳐 8200억원을 조달했고 총 기업가치 3조8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인피니텀, 시스코인베스트먼츠 등 글로벌 AI 투자를 이끌고 있는 해외 큰손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기준 각각 매출 320억원, 5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204억원, 1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00%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미래 가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략상 GPU에 의존할 수 없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국산 NPU 제작으로 가속기 생산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NPU 시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기술력 뿐 아니라 자본력 상으로도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신생 기업은 글로벌단에서도 매우 제한적이라 당분간은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양사가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라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