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실적 회복에 리더십 격상…‘안정 속 쇄신’으로 성장판 넓힌다
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지주사·핵심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상반기 이익 개선 계열사 중심 승진…면세·패션은 수익성·성장 과제 더현대 부산·광주 등 중장기 출점 앞두고 조직 재정비…성과 지속성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수장의 직급을 격상하고 사업 현장에 정통한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 백화점과 식품, 홈쇼핑 등 핵심 사업의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는 한편 면세점과 패션 등은 수익성 개선과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2027년부터 대형 점포 출점이 본격화되는 만큼 이번 인사는 기존 사업의 성과를 지키면서 미래 투자 성과까지 확보해야 하는 그룹의 과제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9일 부회장 2명, 사장 3명, 부사장 3명 등 승진 27명과 전보 23명을 포함한 총 50명 규모의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는 오는 2027년 1월 1일자로 시행된다. 승진 인원은 전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부회장 2명과 사장 3명을 새롭게 배출하며 최고경영진의 무게를 키웠다.
이번 인사의 중심에는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리더십 격상이 있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윤영식 현대지에프홀딩스 부사장과 이헌상 현대그린푸드 부사장도 사장단에 합류했다. 한광영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김봉진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과 유태영 한섬 대표이사 내정자,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는 각각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핵심 계열사 리더십 격상…실적 회복세 이어간다
주목할 점은 승진 인원의 확대보다 핵심 계열사 경영진의 위상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에는 부회장과 사장이 함께 포진하게 됐고, 현대그린푸드도 대표이사와 영업총괄의 직급을 높였다. 단순한 인사상 보상보다는 계열사별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고, 그룹 차원의 사업 조정과 성과 관리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사 방향은 올해 상반기 실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2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845억원으로 33.9% 늘었고, 현대홈쇼핑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10.9% 증가했다. 현대디에프도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개선이 확인된 사업의 경영진을 격상해 성과를 이어가도록 하는 한편, 개선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책임을 강화한 셈이다. 특히 현대그린푸드는 박홍진 대표의 부회장 승진과 함께 이헌상 사장이 영업총괄을 맡으면서 상품본부와 유통외식본부까지 관할하게 됐다. 상품 경쟁력과 영업 실행력을 연결해 식품 사업의 성장세를 지속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현대홈쇼핑 역시 한광영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 경영진 중심의 사업 운영에 힘이 실리게 됐다. 홈쇼핑 업계가 TV 시청 행태 변화와 모바일 중심 소비 확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방송 판매를 넘어 디지털 채널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다만 이번 인사만으로 구체적인 사업 전략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조직 개편과 사업계획에서 직급 격상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현대 부산·광주 출점 앞둬…백화점 성장 투자 본격화
백화점 사업은 기존 핵심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규 출점에 따른 성장 기반을 넓히는 방향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7년에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더현대 부산을 열고, 2028년엔 경북 경산에 프리미엄아울렛, 2029년엔 광주광역시에 더현대 광주를 출점할 계획이다.
신규 점포는 외형 성장을 위한 기회인 동시에 투자 부담을 수반한다. 초기 투자비와 감가상각비, 인력 운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기존 점포에서 확보한 수익성을 신규 사업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백화점의 김봉진 상품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신규점프로젝트추진본부와 미래성장추진실 등 주요 조직의 책임자가 재배치된 것도 기존 사업의 상품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과제를 함께 관리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면세점 흑자 유지·패션 수익성 개선…사업별 과제도 뚜렷
면세점과 패션 사업에서는 성장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현대디에프는 공항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매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 박장서 대표이사의 부사장 승진은 이러한 사업 전환을 이어가는 데 힘을 싣는 인사로 해석된다.
한섬은 유태영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유 내정자는 현대백화점의 해외·잡화사업부장과 한섬의 해외패션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로, 해외 브랜드와 패션 사업 경험을 갖췄다. 한섬은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7736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82.7% 증가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매출 성장세를 안정적인 이익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이는 그룹의 인사 기조가 단순한 세대교체나 승진 확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사업별로 요구되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과가 부진하거나 변동성이 큰 영역에서는 수익성 개선과 사업 구조 재정비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브랜드와 신규 사업의 경우 외형 성장뿐 아니라 재고 관리, 정상가 판매 비중, 비용 통제 등 세부적인 운영 역량이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
내부 인재 중심으로 연속성 강화…미래 투자 성과가 관건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내부 인재를 중심으로 주요 보직을 채웠다는 점이다. 장호진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경영지원·기획조정본부를 거쳐 지주사 대표를 맡아왔고, 박홍진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로 재직해 왔다. 유태영 한섬 대표 내정자와 김봉진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 역시 그룹 내에서 해외 패션과 상품 기획 관련 경험을 쌓았다. 사업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활용해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의 과제는 실적 회복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백화점과 식품, 홈쇼핑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는 동시에 신규 점포 투자와 면세점 사업 확대, 패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경영진의 직급을 높이고 책임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는 각 계열사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이번 인사의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지속성장을 이끌어온 지주사 및 핵심 계열사 리더십의 격상과 역량 강화를 통해 경영 안정성과 책임경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성과 기반의 내부 인재를 등용하고 미래 지향형 인재를 신규 임원으로 선임해 조직의 역동성과 미래 사업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