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7 프리뷰] 대기업 로봇대전 점화…삼성·LG·현대차 '휴머노이드 삼파전'
삼성전자, CES서 자체 휴머노이드 공개 추진…로봇 손 방점 LG, 이족보행 로봇 개발…현대차는 현장 실증 성과 주목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7'이 국내 대기업들의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LG전자 역시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공개한데 이어 내년에는 삼성전자까지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로봇의 외형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은 내년 CES를 앞두고 각각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휴머노이드의 첫 공개를 추진하고 있으며, LG전자는 기존 휠베이스 휴머노이드 '클로이드(CLOiD)'와 별도로 엔비디아와 협력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달 로봇 사업 전략 조직을 신설하는 등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과 상용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내년 CES에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로봇 사업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력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삼성전자가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 성과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며 로봇 사업 추진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인 손과 로봇팔의 정밀 조작 능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현대차그룹이나 LG전자에 비해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한발 늦은 만큼, 삼성전자표 로봇이 어느 정도의 구동능력과 정밀 동작을 선보일지에 관심이 몰린다.
LG전자 역시 휴머노이드 폼팩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공개한 휠베이스 기반 휴머노이드 클로이드와 별도로 엔비디아와 협력해 두 다리로 걷는 차세대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와 온보드 AI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Jetson Thor)' 등을 활용해 로봇의 자율적인 판단과 작업 수행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어 CES 2027에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클로이드의 성능 개선도 주목된다. 올해 CES에서 클로이드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작업 효율성 면에서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당시 LG전자는 학습을 통해 클로이드 성능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 자신했던 만큼 내년 퍼포먼스에 기대가 모인다. LG전자는 올해 7월 양재에 로봇 전용 데이터 학습센터를 만들고 클로이드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로봇 열풍을 이끌었던 현대차그룹은 내년에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기존 휴머노이드와 차별화된 관절 구조와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로봇 산업의 기술 경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내년 CES에서는 새로운 로봇의 외형이나 동작만으로 올해의 충격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틀라스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보여준 만큼, 다음 과제는 실제 제조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CES에서는 아틀라스의 작업 수행 능력과 현장 실증 성과, 양산 준비 상황 등이 주요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을 기술 개발에서 양산과 상용화로 확대하고 있다. 이달 미래사업전략실 산하에 'RX사업전략팀'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RX는 '로보틱스 에브리싱(Robotics Everything)'을 의미하며, 로봇 기술 개발부터 부품 공급망, 생산, 판매, 서비스까지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5월 스마트공장 체계를 총괄하는 SDF 추진 담당과 로봇부품구매실을 신설하는 등 관련 조직을 정비해 왔다. 이번 RX사업전략팀 신설로 로봇 개발부터 부품 조달, 양산, 판매에 이르는 사업 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올해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공개한 이후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로봇주가 큰 역동을 보여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로봇주로 재평가 받았고 LG전자, LG CNS 역시 로봇을 핵심 재료 삼아 가파르게 반등했다. 내년에는 삼성전자까지 가세하고 로봇 작업 성능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증시 파급력 또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CES에서는 로봇 전시가 로봇주 아니라 반도체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AI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피지컬AI와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ES 주최측에서도 로봇 전시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CES는 주력 전시였던 가전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전시 자체가 새로운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3일 한국전자전(KES) 2026에서 연사로 나선 킨지 페브리지오 CTA(CES 주최기관) CEO는 2027년엔 기존 노스홀에 더해 LVCC 사우스홀 역시 로봇을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CES에서 로봇 전시는 노스홀에 국한돼 있고 사우스홀은 메타버스와 게이밍 중심이었는데 이를 로봇 제조 생태계 전시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CES에서 로봇이 이슈성과 증시 영향 면에서 임팩트가 상당했다"며 "당장에 상용화는 어려워도 피지컬AI 영역에서 기업가치를 가장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업 경쟁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