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가품 유통 여전…소비자 피해 입증은 ‘개인 몫’, 플랫폼 책임은 어디에
온라인 오픈마켓서 위조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약 8만3000개 유통 적발 해외직구 화장품 1080개 검사 결과 230개 부적합…안전성 우려도 정품 여부 확인부터 환불 분쟁까지 소비자 부담…사전 필터링 강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위조상품 유통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안전과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조상품은 소비자가 구매 단계에서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배송받은 뒤에도 정품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특히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가품 유통이 단순한 상표권 침해를 넘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후 신고와 판매 게시물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플랫폼의 사전 검증과 피해 구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정부가 적발한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사건에서도 문제의 규모가 드러났다. 지식재산처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17일 중국산 위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국내에 유통한 브로커를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해당 브로커는 중국 제조업자와 공모해 지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위조상품 등 61종을 쿠팡과 네이버 등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된 위조상품은 약 8만3000개, 시가 약 45억원 상당이었다. 물류창고에서 압수한 불법 제품 등을 포함하면 적발 규모는 약 9만7000개, 시가 약 54억원 상당에 달했다.
적발 제품에는 셀라딕스·가히·조선미녀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에스티로더·SK-II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포함됐다. 다만 이는 특정 사건에서 확인된 유통 규모로, 온라인 플랫폼 전체의 가품 유통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상품이 국내 대형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은 판매자 검증과 위조상품 차단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가품 문제는 소비자가 상품을 받은 뒤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정품과 포장 디자인이 비슷하거나 제조번호까지 모방한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 육안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반대로 제품의 색상이나 질감이 평소 사용하던 정품과 다르더라도 그 차이만으로 위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조 공정이나 보관 상태에 따른 차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 A씨는 평소 사용하던 클렌징크림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했다. A씨는 내용물의 색상과 용기 마감이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정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향료부터도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을 체감할 수 없었다. 단 제조 경로와 성분을 알 수 없어, 별다른 조치 없이 사용을 계속하기 망설여졌다.
이처럼 판매자에게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는 것 조차도 소비자로선 확신이 서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조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면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구조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구매 내역과 제품 사진을 확보하고 판매자에게 문의해야 하지만, 이런 자료만으로 제품의 진위나 성분 안전성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제조사에 정품 여부를 문의하거나 플랫폼에 신고하더라도 확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제품을 사용할지 말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안전성 문제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5년 실시한 해외직구 화장품 시험검사에서는 검사 대상 1080개 중 230개 제품, 전체의 21.3%가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합 제품 가운데 중국 제조 제품은 223개였으며, 판매 사이트별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218개로 가장 많았다. 검사 대상에는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아마존, 네이버스토어, 쉬인, 쿠팡, 알리바바 등 여러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한 제품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제는 개별 판매자에 대한 사후 조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 게시물이 삭제되더라도 유사한 상품명이나 다른 계정을 통해 판매가 재개될 수 있고,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판매자의 정품 증빙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제조업자와 국내 판매자, 물류업체 등 여러 주체가 유통 과정에 관여하면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플랫폼의 역할은 판매 게시물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판매자의 신원과 정품 유통 증빙을 확인하고, 반복적으로 신고된 상품이나 위조 의심 정황이 있는 상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조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에는 해당 상품의 판매 중단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동일 판매자의 다른 상품과 재등록 여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온라인 가품 문제는 소비자가 상품을 받은 뒤에야 의심하고, 다시 소비자가 직접 진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플랫폼이 판매자 검증과 위조 의심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고가 접수됐을 때 유통 경로와 정품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