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포용금융 강화 기조하에 우대 금리 조정
1월 신설한 포용금융 특별우대는 최대 0.3%포인트…두 달 사이 줄인 우대금리는 0.61%포인트 5대 은행 중 우대금리 줄인 곳은 농협과 국민뿐…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4년 연속 하락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포용금융을 존재 이유로 내세운 NH농협은행이 우대금리를 0.61%포인트 줄였다. 올해 1월 새로 만든 포용금융 특별우대가 최대 0.3%포인트였으니, 반년 만에 그 두 배를 거둬들인 셈이다.
21일까지 농협은행이 내놓은 설명은 없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의 세부 항목을 확인해 의원실에 보고하겠다고 답했지만, 어떤 우대 항목이 줄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6월 3.60%에서 8월 3.34%로 0.26%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0.61%포인트 줄었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폭은 1.41%포인트에서 1.76%포인트로 0.35%포인트 커졌다.
제도는 7월 1일 시행됐다. 개정 은행법과 시행령은 은행이 부담할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은 전액 반영이 금지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같은 보증기금 출연금은 보증부대출의 경우 절반 이상을 반영할 수 없고, 보증이 붙지 않은 대출에는 아예 반영할 수 없다. 금융과 보험업자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교육세 인상분도 제외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 비용들이 빠지면 대출금리가 0.2%포인트 가까이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
5대 은행 전체로 보면 추정은 대체로 들어맞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서 신규 취급액 기준 가산금리 단순평균은 6월 말 3.344%에서 8월 말 3.152%로 0.192%포인트 내렸고, 우대금리는 1.7%에서 1.586%로 0.114%포인트 줄었다. 가산금리 인하폭이 더 커 효과가 남았다.
은행별로는 방향이 갈렸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가 1.30%에서 1.61%로, 하나은행은 1.93%에서 2.06%로 오히려 올랐다. 신한은행은 우대금리를 1.12%에서 1.03%로 0.09%포인트 줄이는 동안 가산금리는 3.03%에서 2.49%로 0.54%포인트 내렸다. 우대금리 축소폭이 가산금리 인하폭을 넘어선 곳은 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두 곳이다. 국민은행은 가산금리가 3.42%에서 3.34%로 0.08%포인트 내리는 동안 우대금리는 1.96%에서 1.65%로 0.31%포인트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집계 기간을 짚는 설명이 나온다. 6월에서 8월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된 시기와 겹친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멈추는 등 은행들이 자율규제에 들어갔고, 우대금리 폭이 큰 주택담보대출 접수가 줄면서 전체 평균 우대금리가 낮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상품의 우대 조건을 손댄 폭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체감하는 금리가 오른 데에는 기준금리도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올렸다. 이 인상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됐다. 다만 기준금리는 모든 은행에 같은 조건으로 들어가는 변수여서, 은행별로 우대금리 방향이 갈린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농협은행이 올해 앞세운 것은 포용금융이었다. 1월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최대 0.3%포인트, 개인사업자 주요 대출에 최대 0.2%포인트의 포용금융 특별우대를 새로 만들었다. 원가 요소가 올라도 특별우대로 고객이 적용받는 금리는 낮추겠다는 설명이었다. 2월에는 영업본부장들을 모아 포용금융이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보증부 대출과 새희망홀씨대출 공급을 늘리고 개인사업자의 대출 갈아타기를 돕는 방안도 내놨다.
금리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몫이 줄어든 흐름은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농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22년 64.9%에서 2024년 47.1%, 2025년 32.7%, 올해 상반기 18.0%로 4년 연속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신청 19만6138건 가운데 3만5204건이 수용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이자감면액은 30억8200만원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세 번째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신청 대상을 담보대출과 중금리대출, 개인사업자대출로 넓히고 영업점을 거치지 않고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들였다. 신청 자체가 늘면서 수용률이 내려갔을 가능성도 함께 지적된다.
민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은행이 법의 취지를 알면서도 우대금리를 낮춰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라며 "대국민 기망 행위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강 행장은 조정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수용률 지적에는 "분모와 분자를 분석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 관련 자료를 정무위원 전체에게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점검 근거는 이미 법에 들어 있다. 개정 은행법령은 은행이 법적비용 반영 금지를 지켰는지 연 2회 이상 스스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 관리하도록 했다. 이 의무를 내부통제기준에도 반영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시행 113일째인 21일까지 점검 결과가 공개된 적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산정에서 법정비용을 제외하도록 한 취지는 은행의 비용 부담을 대출 고객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가산금리 인하분이 우대금리 축소로 상쇄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당국은 은행별 금리 조정 내역과 우대금리 산정 기준을 함께 살펴 제도 시행 효과가 실제 차주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