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후보 추천, 5대 금융지주 3곳은 회장이 위원장 맡아

5대 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 비중 70.0~87.5%…법정 기준 웃돌아 KB·신한·우리는 회장이 위원장…하나는 사외이사가 위원장, NH는 회장 불참 이찬진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은행장 인선 절차 점검 예고 지주들 은행 임추위 권한 확대 vs "절차 두는 것과 실제 추천권 행사는 달라"

2026-10-21     박지안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연말 5대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금융지주의 은행장 후보 추천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5대 금융지주 이사회는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로 채워졌지만,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지주 위원회는 5곳 중 3곳에서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 개정 전이라도 인선 절차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만큼, 사외이사와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실질적인 추천권을 행사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연말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은행권 인선 절차 전반을 살펴 지배구조 개선의 실제 성과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각 은행 임추위에 직접 추천 권한이 부여됐는지 확인했느냐는 질의에는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이 5대 금융지주의 경영공시와 홈페이지 지배구조 공시를 종합한 결과,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우리금융이 87.5%(8명 중 7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금융 81.8%(11명 중 9명), KB금융 77.8%(9명 중 7명), 하나금융 75.0%(12명 중 9명), NH농협금융 70.0%(10명 중 7명) 순이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3명 이상이면서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두도록 하고 있어, 5곳 모두 법정 기준을 웃돈다.

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가 다수…위원장은 회장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지주 위원회에서도 사외이사는 수적으로 다수다. 다만 KB·신한·우리금융에서는 위원장 자리를 회장이 맡고 있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사외이사 3명, 상임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등 5명으로 꾸려지고 위원장은 양종희 회장이 맡는다. 지주 비상임이사인 이환주 국민은행장도 대추위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규정은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해 의결을 제한하고 있다. 대추위가 추천한 후보는 국민은행의 별도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위원장인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8명(사외이사 7명)이 은행장 후보를 추린다.

하나금융은 구조가 다르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원숙연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박동문·윤심 사외이사와 함영주 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회장이 위원장은 아니지만 후보 심사·추천에는 참여하는 구조다. NH농협금융 임추위는 사외이사 4명,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되며 회장은 참여하지 않는다. 비상임이사는 김원식 서영암농협 조합장이다.

KB금융은 사외이사로만 꾸린 위원회가 결과를 바꾼 사례를 이미 보여줬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연임이 거론되던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 원장도 국감에서 KB 회장 인선을 후보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느냐는 질의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평가한다며 우회적으로 공감했다. 같은 KB금융 안에서도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장 후보는 회장이 위원장인 위원회가 추천하는 셈이다.

은행 임추위 권한 확대…"절차와 실제 행사는 달라"

연말 인선은 이미 시작됐다. KB·하나·우리금융은 지난달 30일 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CEO 후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3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자회사 임추위 권한을 넓히라고 주문했다.

지주들도 은행 임추위 역할을 키우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1일 은행 임추위에 CEO 후보군 추천권을 부여했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까지 하나은행장 후보를 3명 이내의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압축하고, 은행 임추위가 이 후보군에 의견을 내며 임추위원장은 최종 평가에도 참여한다. 우리금융은 은행 임추위에 후보자 경영성과 점검 절차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 평가기관을 심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관건은 실제 작동 여부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절차를 두는 것과 실제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르다"며 연말 인선에서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연임의 핵심 기준을 묻자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경영실적을,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내부관리를 꼽았다.

CEO 54명 인사 시작됐는데…개선안은 '당정 협의 중'

인사 규모도 크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5대 금융 계열사 CEO는 은행장을 포함해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농협금융 7명 등 54명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도 모두 12월 31일 끝난다.

제도 정비는 인선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최종 개선안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의 처리시한도 이달 13일에서 다음 달 25일로 다시 미뤄졌고,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에는 회장 장기 연임 제한과 요건 강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원장은 국감에서 정부안은 마련됐고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은행장 인선의 검증 대상은 회장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은행 임추위가 직접 후보를 발굴·추천했는지, 후보별 평가 자료를 충분히 받았는지, 지주 추천위원회의 판단에 독립적으로 의견을 냈는지가 함께 따져져야 한다. 규정에 추천권을 두는 것과 실제로 행사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남은 과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비중이 높다고 해서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임추위에 후보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인선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후보를 검토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