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감독기관은 현장에"…금감원 지방 이전 반대 재확인

금융위 세종 이전 확정 직후 국감 발언…"현장, 서울만은 아냐" 반론도 노조 설문 85.6% "이전 시 이직 고려"…올해 퇴직자 절반이 20~40대 재취업 심사 "한은은 2급, 금감원은 4급부터"…완화 건의엔 이해충돌 우려

2026-10-20     박지안 기자
이찬진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된 지 엿새 만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감독기관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금감원 지방 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책당국은 세종으로, 감독당국은 서울에 남는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방 이전 시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직을 고려한다는 조사까지 나오면서 감독 인력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감독기관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정책적으로 적극 고려해 주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차원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에는 신중했지만, 감독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원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금융위는 세종행 확정…'현장' 범위 두고 엇갈린 시각

정부는 지난 13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내년 하반기 세종으로 옮기기로 했다. 금감원과 국책은행의 이전 여부는 공공기관 이전 방안과 함께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전 반대 측은 금융회사 본점과 주요 의사결정 조직이 서울에 몰려 있는 만큼 감독기관도 가까이 있어야 금융사고 발생 시 신속한 검사와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금감원 노조도 검사 대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이전에 반대해 왔다.

반면 감독기관이 접근해야 할 '현장'을 서울의 금융회사 본점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겨가는 만큼 정책·감독 공조를 위해서는 오히려 금감원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리한 전주처럼 지방에도 자본시장의 주요 축이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도 이전 논의의 배경이다.

노조 설문 85.6% "이전 시 이직 고려"…올해 퇴직자 절반이 20~40대

인력 이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직원이 85.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금감원 노조가 지난 8월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 의원면직자(자진 사직자)는 2017년 22명에서 2025년 77명으로 약 3.5배 늘었다. 정년퇴직 등을 포함한 전체 퇴직자 기준으로도 이탈 흐름은 뚜렷하다. 앞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는 481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 7월까지 퇴직자 54명 중 27명이 20~40대로, 정년까지 상당 기간이 남은 직원이 퇴직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김 의원은 숙련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탈이 이어지면 금감원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원장은 직원 처우와 관련해 "시장 임금 대비로는 30% 정도 낮지만 공공기관 기준으로는 20~30% 높은 이중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 편입 압력과 지방 이전 문제가 맞물리면서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젊은 인력 이탈을 막으려면 보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공공기관 대비 이미 높은 보수 수준과 공공기관 편입 논의를 고려하면 처우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2급, 금감원은 4급부터"…재취업 심사 완화 건의

이 원장은 퇴직 후 재취업 심사 제도 개선도 요청했다. 재취업 심사는 퇴직자가 과거 업무와 관련된 기업·기관에 취업할 때 이해충돌 여부를 따지는 제도다. 금감원 직원은 기본적으로 민간 신분이지만 4급 이상이면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 원장은 "4급은 공무원으로 치면 5급과 6급 사이에 불과한 낮은 직급이고 대상자가 800여 명에 달해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금감원과 법적 지위가 유사한 기관들의 재취업 심사 기준을 비교하고, 개선을 위해 고쳐야 할 규정을 자료로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행의 경우 2급 이상부터 제한하고 있는 데 반해 저희는 4급부터 제한하고 있어 굉장히 비교된다"고 답했다.

대형 로펌·가상자산업계 이직 도마…"이해관계인 접촉 차단"

다만 국회에서는 퇴직자의 업계 이동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김 의원은 금감원 퇴직자들이 김앤장 등 대형 법무법인과 두나무·빗썸 등 가상자산업계로 옮긴 사례를 거론하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감독 대상 업계로의 이직이 감독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훈 의원도 앞서 퇴직자의 피감 금융사·로펌 이동이 반복되면 국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취업심사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제 강화에는 수용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해관계인과의 접촉을 강력히 차단하기 위한 내부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4분기 중 금감원 등 금융기관 이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감독 기능의 실효성과 정책 공조, 지역 균형발전, 인력 유지라는 과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전 문제는 단순히 기관의 소재지를 옮기는 차원을 넘어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의 효율적인 연계, 전문 인력 유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기관의 업무 특성과 현장 대응 역량을 충분히 따져보고, 인력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