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디지털자산 감독 통합관리, 기본법 정부안에 반영”…권한 배분은 ‘안갯속’
금감원장, 국감서 미공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내용 일부 언급 금융위·금감원·FIU·한은으로 나뉜 감독체계 개선 방안 담겨 이강일 “원화거래소 특금법 위반 1500만여건…2단계 법만 기다려선 안 돼” 단일 기관 일원화냐 협업 강화냐…구체적인 설계는 공개 안 돼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디지털자산 감독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대형 코인 사기까지 발생하면서 감독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정부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데다 기관별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통합의 범위와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감독 권한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금융정보분석원(FIU), 한국은행 등으로 나뉘어 있다며 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이 원장은 “아직 발표는 안 돼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정부안) 안에는 반영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FIU와 공조체계를 조금 더 세게 하고 있는 상태이고 체계 구축도 같이 논의해서 거의 준비가 되고 있다”며 “정리되는 대로 의원님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제도권 들어온 원화거래소부터 허점
이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한 2단계 입법이 이뤄지더라도 감독 실효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감독 대상에 포함된 원화거래소에서도 법규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에 따르면 원화거래소 전체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항은 1500만여건을 넘는다.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는 코인원 한 곳에서만 9만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빗썸을 사전에 세 차례가량 들여다봤지만, 비트코인 62만개 오지급 사태로 드러난 장부 관리 부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2단계 입법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확인한 의심 지갑 정보를 FIU와 함께 검사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새로운 법률과 감독체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기관 간 정보 연계를 강화해 위법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통합’의 실체는…FIU·한은 권한 조정이 관건
현재 디지털자산 감독은 법률과 기능에 따라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사업자 감독과 제재는 금융위 소관이며, 금감원이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사업자 신고와 자금세탁방지(AML)는 특금법에 따라 FIU가 담당한다. 한국은행도 통화신용정책과 지급결제제도 운영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발언이 감독 권한을 특정 기관에 집중하는 ‘일원화’를 뜻하는지, 기존 기관별 권한은 유지하면서 정보공유와 공동검사를 강화하는 ‘협업체계’ 구축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체계에서 한국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지, FIU의 자금세탁 관련 정보와 금감원의 검사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논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사업자 규율체계와 거래소 내부통제·전산 기준,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등을 담은 정부 검토안을 논의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8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미 관련 내용은 준비해 놓았고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체계 개편과 별개로 현장 집행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 원장은 블록체인상에서 단시간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온체인 사기에 대해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법적 권한을 정비하더라도 거래 흐름을 신속하게 추적하고 이상 징후에 대응할 인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감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 간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정보공유나 공동검사만으로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감독체계 개편과 함께 이상거래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