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레버리지 ETF, 상장 일정 맞추려 심사 서둘러"…절차 논란
거래소 예비심사·금감원 펀드심사 4월 28일 동시 착수…기존 심사 관행과 달라 이찬진 "정책적으로 발표한 일정 맞추려 심사 빨리 진행"…심사 절차 적정성 논란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정한 상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 심사를 서둘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인 병행심사 사실을 인정하면서 고위험 금융상품의 출시 속도와 심사 절차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품 출시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와 투자자 손실 우려로 금융당국이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투자 요건을 대폭 강화한 만큼, 도입 당시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심사를 서둘렀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원회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심사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금감원이 심사에 착수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이 기존 ETF 심사에서 이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묻자 이 원장은 "저희가 확인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공식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예비상장심사는 4월 28일부터 5월 13일까지, 금감원의 펀드심사는 4월 28일부터 5월 14일까지 진행됐다. 두 기관이 같은 날 심사에 착수해 상당 기간 심사를 병행한 셈이다.
금융위는 앞서 4월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을 발표하면서 이르면 5월 22일 관련 상품이 상장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후 5월 15일에는 상장 예정일을 5월 27일로 발표했다.
박 의원은 거래소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관련 서류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이 심사 도중 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를 확인했는지에 대해 이 원장은 "그것은 확인해봐야 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다만 금감원은 두 심사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절차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는 별개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상장예비심사가 종료된 이후 증권신고서 심사를 진행했지만, 두 심사를 법적으로 선후관계에 있는 단계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번 병행심사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정책 일정에 맞춰 기존 심사 관행을 변경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일정 부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출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융위는 그간 해외 상품과의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거쳐 상품을 출시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 7월에는 관련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법제처 심사 등 법정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 정책적으로 제시된 상장 일정이 금감원의 심사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심사 체계와 사전 위험관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