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조직 늘리며 임원도 35%↑… 현대차·LG전자는 줄였다

2026-10-19     이충진 기자
SK하이닉스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임원 승진 문턱이 5년째 100명 중 1명도 채 안 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1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100대 상장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대비 미등기임원 비율은 0.83%로 집계됐다. 전체 틀은 제자리였지만 기업별 속내는 크게 갈렸다. 반도체 호황을 탄 SK하이닉스 한 곳이 늘어난 임원의 3분의 2를 차지한 반면,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임원 수를 줄였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86만2163명으로 1년 전보다 1087명(0.1%) 늘었다.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은 7028명에서 7137명으로 109명(1.6%) 증가했다. 임원 1명이 책임지는 직원 수는 122.5명에서 120.8명으로 소폭 줄었다. 임원 진입 비율은 2022년 0.82%를 기록한 뒤 올해까지 5년 연속 0.8%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미등기임원은 203명에서 275명으로 72명(35.5%) 늘었다. 이는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순증 인원 109명의 66.1%에 해당하는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임원 확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조직개편과 맞물려 있다. 회사는 당시 신규 임원 37명을 선임하면서 미주 지역 HBM(고대역폭메모리) 전담 기술조직과 커스텀 HBM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조직을 새로 꾸렸다. 글로벌 AI 리서치센터, 글로벌 인프라 조직 등도 함께 신설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당시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말했다. 회사는 두 해 연속 HBM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확대 배경에는 실적 호조도 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6.3%를 기록했다. 오는 28일 발표될 3분기 실적을 두고 증권사들은 영업이익이 76조9640억원(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일부 증권사는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증권사 추정치다.

뒤를 이어 HD현대중공업이 109명에서 132명으로 23명, 대한항공이 72명에서 84명으로 12명, 미래에셋증권이 129명에서 140명으로 11명 늘었다.

반대로 현대자동차는 476명에서 451명으로 25명, LG전자는 306명에서 287명으로 19명 각각 줄었다. 두 회사의 임원 수 감소분을 더하면 44명으로, SK하이닉스 한 곳의 증가분(72명)보다 적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임원 수 격차는 1년 전 103명에서 12명으로 좁혀졌다. 조사 대상 100개 기업 가운데 임원 수가 늘어난 곳은 52곳, 줄어든 곳은 38곳, 변동이 없던 곳은 10곳이었다.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1108명이었다. 전년보다 1명 늘어난 수준으로,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2만9200명으로 324명 줄었다.

업종별로는 임원 진입 장벽의 차이도 뚜렷했다.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가장 적어 상대적으로 승진 문턱이 낮은 업종은 증권(39.8명)이었고, 무역(54.8명), 석유화학(63.8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유통업은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320.3명으로 가장 많아 승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업종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경영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임원 인력 운용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과 사업 확장에 발맞춰 임원 조직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임원 규모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며 "반도체 중심의 SK하이닉스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와 성장 전략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