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기부금 6943억원…재단 출연·정책 출연 등 경로 '제각각'
우리·하나는 그룹 공익재단 통한 기부 비중 높아 신한·KB 외부 기부에는 새도약기금 출연 상당액 포함 정책 출연·재단 지원 등 구성 다양…총액과 실제 집행 구분해야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5대 금융지주가 2025년 결산 경영공시에 기재한 기부금이 약 69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446억원은 그룹 관련 재단 등 특수관계인에게 지급됐다. 전체 기부금의 20.8%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특수관계인 기부 비중이 각각 54.7%, 41.2%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외부 기부 비중이 높았지만, 여기에는 장기 연체채권 정리를 위한 새도약기금 출연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기부금의 구성과 회사별 공시 분류가 다른 만큼, 총액이나 지급 경로만으로 사회공헌 성과를 비교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하나, 특수관계인 기부 비중 높아
각 사의 2025년 결산 경영공시 중 '특수관계인에 대한 기부금'과 '기타 외부에 대한 기부금'을 합산한 결과, 지주와 자회사를 합친 기부금은 신한금융이 17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1685억1000만원, NH농협금융 1451억원, 하나금융 1117억8000만원, 우리금융 970억원 순이었다.
특수관계인 기부금은 우리금융이 53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금융미래재단에 약 317억원, 우리다문화장학재단에 약 203억원, 우리금융서민주택금융재단에 10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룹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체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재단 출연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회공헌사업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 계열사가 출연한 우리금융미래재단, 우리다문화장학재단 등 공익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금융미래재단은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굿윌스토어', 저소득 아동·청소년의 시·청각 수술을 지원하는 '우리루키', 청소년 미혼 한부모의 자립을 돕는 '우리원더패밀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과 교육·복지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 기부금은 460억7000만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41.2%였다. 하나금융나눔재단 약 166억원, 하나금융공익재단 약 74억원, 학교법인 하나학원 약 53억원, 청소년그루터기재단 45억3000만원 등 공익재단·학교법인에 대한 출연이 약 338억원이다.
여기에는 프로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을 운영하는 하나금융축구단에 지급한 122억6000만원도 포함됐다. 재단 출연과 구단 지원이 함께 반영된 수치인 만큼, 41.2%라는 비중만으로 하나금융의 기부 구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익법인 등에 대한 기부는 각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에 따른 공익사업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축구단 지원 역시 지역 스포츠 발전과 유소년 선수 육성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공헌과 홍보는 사업의 본래 목적, 계약상 대가성, 실제 집행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분하고 있다"며 "관련 재단법인은 관계 법령에 따른 관리·감독 체계 아래 사업비용을 구분해 관리하고, 집행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활동보고서 기준 2025년 사회공헌실적이 321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실적은 기부금에 사회공헌 관련 비용을 더한 금액으로, 경영공시상 기부금과는 집계 범위가 다르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시니어·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의 특수관계인 기부금은 314억2000만원으로 전체의 18.3%였다. 이 가운데 약 313억8000만원이 신한금융희망재단에 대한 출연금이다. 자회사 12곳이 나눠 출연했다.
KB금융은 전체 기부금의 8.3%인 140억6000만원을 특수관계인에게 지급했다. KB금융공익재단 130억원,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 10억원, KB미소금융재단 5600만원 등이다. KB금융공익재단에는 계열사 11곳이 출연했으며, 국민은행 출연액은 91억3800만원이었다.
신한·KB, 새도약기금 출연이 총기부금의 3분의 1 이상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공시상 외부 기부 비중은 각각 약 81.7%, 91.7%다. 다만 외부 기부액에는 복지·교육 등 개별 사회공헌 사업 지원뿐 아니라 정책성 출연도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의 새도약기금 출연액은 625억6000만원으로, 그룹 전체 기부금의 약 36.4%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497억2000만원, 신한카드 123억4000만원, 제주은행 3억원, 신한저축은행 2억원 등이다.
KB금융의 새도약기금 출연액은 588억4000만원(국민은행 562억1000만원, 국민카드 26억2000만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약 34.9%였다. 국민은행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새도약기금에 약 562억원을 출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무의 정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기구다. 금융위원회는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약 4400억원을 재원으로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채무조정을 추진하는 구조로 설명했다.
NH농협금융도 새도약기금 출연액 290억원을 외부 기부금에 포함했다. 외부 기부 비중을 비교할 때는 이처럼 정책성 출연과 개별 사회공헌 사업 지원이 함께 반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새도약기금 등 정책 관련 출연은 민생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공익 목적에 금융회사로서 책임 있게 참여한 것"이라며 "중소기업 대체인력 지원과 '그냥드림' 사업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에 앞장서고 있으며, 임직원이 직접 기획·모금·봉사 과정에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자체 사회공헌 사업과 계열사·재단을 통해 미래세대 육성, 취약계층 지원, 지역사회 상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KB금융공익재단을 통한 장학금 지원과 경제·금융교육을 비롯해 국민은행의 'KB Dream Wave 2030' 같은 교육·성장 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성 출연은 연도별 기부금 증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의 기부금은 2024년 1441억8000만원에서 2025년 1719억원으로 277억2000만원 늘었다. 2024년에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출연 495억9000만원이, 2025년에는 새도약기금 625억6000만원과 서금원 12억7000만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기부금은 945억9000만원에서 1080억7000만원으로 14.3% 늘었다.
NH는 특수관계인 '없음'…회사별 공시 범위도 변수
NH농협금융은 특수관계인 기부금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으로 공시했다. 다만 외부 기부금에는 농협재단 45억원,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54억원, 농민신문 5억원 등 범농협 관련 단체에 대한 지급액 총 104억원이 포함돼 있다.
NH농협금융 측은 이들 단체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별 기부처의 지원 취지에 대해서는 기부한 자회사별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범농협 관련 단체라는 점과 경영공시상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는 별개다. 이를 다른 금융그룹의 특수관계인 기부와 같은 범주로 재분류하기보다는, 공시상 적용 범위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도약기금 관련 지급액의 기부금 포함 여부도 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새도약기금 분담액은 각각 535억9600만원, 496억3600만원이다. 두 그룹은 해당 금액을 기부금 항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나금융 기부금 내역에는 새도약기금 항목이 없다. 우리금융은 공시 주석에 "우리은행은 새도약기금㈜(SPC)에 49억6000만원을 출자했으며, 해당 출자금은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고 적었다. 신한·KB·NH는 새도약기금 출연액을 기부금에 포함한 만큼, 회사별 총액을 비교할 때는 해당 금액의 공시 포함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출연도 주요 외부 기부 항목이었다. NH농협금융은 390억원, 하나금융은 27억5000만원, KB금융은 18억2000만원, 신한금융은 12억7000만원, 우리금융은 12억6000만원을 기재했다.
다만 각 사가 기부금으로 공시한 서금원 출연액 가운데 법정출연과 자율출연이 각각 얼마인지는 이번 집계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출연 대상이 같더라도 지급 성격과 기부금 포함 범위가 같은지 확인해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올해는 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씩…분류 따라 비중 '출렁'
올해 수치는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월 주요 계열사가 신한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3월 우리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 추가 출연을 발표했다. 신한금융 지난해 기부금의 58%, 우리금융 지난해 기부금(97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관건은 이 돈이 공시에서 어디로 분류되느냐다. 미소금융재단을 특수관계인으로 보면 두 그룹의 특수관계인 비중은 큰 폭으로 오르고, 외부로 보면 외부 비중이 커진다. 분류 관행도 제각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공시에서 KB미소금융재단 기부를 특수관계인 기부금으로 잡았다. 반면 신한금융은 2010년 공시에서 미소금융재단 출연금 110억원을 외부 기부금으로 기재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우리금융·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신한·하나금융과 각 은행의 사회공헌·광고비 집행 실태를 현장 점검했다. 은행권 사회공헌 지출이 지난해 처음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출 규모보다 비용의 성격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재단 출연과 최종 사업 집행은 구분해야
특수관계인 기부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공익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룹 재단에 대한 출연액은 기부 경로를 보여주지만, 해당 재원이 언제 어떤 사업에 얼마나 집행됐는지까지 설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부 기부 비중이 높다고 해서 모든 지급액의 성격이 같은 것도 아니다. 공시상 외부 기부금에는 개별 사회공헌 사업 지원뿐 아니라 정책성 출연, 임직원 복지기금 출연 등 성격이 다른 항목이 함께 담겨 있다. NH투자증권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한 40억원이 외부 기부금으로 분류된 것이 한 예다. 공시상 지급처 분류와 최종 수혜 대상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재단을 통한 지원의 실질을 살펴보려면 출연금 수입과 함께 공익목적사업 지출, 관리비, 기본재산, 다년간 집행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당해연도 사업비에는 과거 출연금이 사용될 수 있고, 새로 받은 출연금은 이후 연도 사업에 투입될 수 있어 당해 출연금과 사업비를 단순 비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번 집계는 금융그룹별 기부 규모와 지급 경로의 차이를 보여준다. 다만 정책성 출연과 회사별 공시 분류가 함께 반영된 수치인 만큼, 총액이나 특수관계인 비중을 사회공헌 성과 순위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최종 사용처와 집행 성과를 확인하는 출발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이 사회공헌 비용의 성격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제각각인 공시 분류 기준을 정비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